• SBS 월,화 드라마(밤 10시) <따뜻한 말 한 마디> (연출 최영훈 극본 하명희) 23일 방송에서 은진이와 은진이와 불륜관계였던 유재학, 유재학의 아내 미경이 만나 눈사태와 같은 큰 충격을 받는 세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재학(지진희)은 민서가 한 말을 떠 올리며 아내와 화해하려고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한다.
    미경(김지수)은 남편의 점심  초대에 가슴이 설레며 정성껏 화장을 한다. 하지만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을 집에서 나가라고 한 것을 알고는 같이 밥 안 먹겠다고 한다.

    "그 년이 당신을 사랑하기는 했어? 그 년이 갖고 논거야! 네들  한 것 사랑 아니야!
    짐승같은 욕망이야!"
    "미친 것 같아! 어디까지 가야 본 모습 드러낼래? 우리 관계 처음부터 거짓이야!
    당신은 날 진심으로 본 모습으로 대하지 않았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남편의 말에 미경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사랑한 남편과 끝을 마음 먹는다. 

    "쿠킹클래스 하는 날  날 데리려 와! 기회는 그 때 뿐이야! 내 밑바닥까지 보여줄게!"

    쿠킹클래스를 끝내고 모두가 바깥으로 나오자 재학을 소개하는 미경.
    재학과 은진(한혜진)이는 서로를 발견하고 얼어 붙는다.

    재학이는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눈에 서리처럼 어려있고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으로 굳어있다. 미경이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도도한 얼굴로 차갑게 관찰한다.  



    두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난 뒤에 은진이는 땅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간신히 차 안에 들어 가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붙잡는다. 이어서 미경이가 자신에게 했던 말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 올리며 공포감에 휩싸인다.

    잠시 뒤 한 순간에 모든 소리가 멈춘다. 차 안에 갖혀 있는 듯 처절한 은진이의 몸짓만 물방울이 잔뜩 맺힌 창유리로 비친다.  마치 히치콕의 서스펜스 스릴러의 한 장면 같다.

    이 날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 준 한혜진의 연기는 명품연기, 완벽한 연기라는 식상한 말이 어울리지 않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 편의 명화를 보는 듯, 걸작 문학작품의 크라이막스를 보여 주는 듯, 실제로 내 눈 앞에서 비극을 당한 사람을 보듯 그녀의 감정을 너무나 처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세 사람의 만남과 그들의 구별되는 반응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유재학은 경악과 당황스러움, 아직은 한가닥 가느다란 실로 붙들고 있던 사랑의 끈을 놓아야하는 시점이 온 것을 인식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눈으로, 무미건조한 말로, 격렬한 운동을 하며 보여준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통쾌하게 복수를 한 미경은 가장 참담하다. 믿고 싶지 않았는데 남편의 눈에서는 은진이에 대한 사랑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다.

    불륜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은진이는 미경이가 쏜 복수의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한 마리 상처 입은 연약한 어린 새와 같이 떨고 있다.
    정전처럼 갑작스럽게 모든 소리가 죽고 차 안에서 은진이가 몸부림치며 오열하는 모습을 찍은 촬영도 놀랍다.  



    영혼과 몸이 탈진한 은진이는 집으로 돌아 와 악몽에 시달린다.
    겨우 깨어 난 은진이는 사지가 마비된 사람처럼 간신히 기어가며 딸 윤정이의 이름을 부르다가 혼절하고 만다.

    [사진출처=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