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충원 묘역찾아 책 바쳐 "죽어가는 인민에게 나는 죄인이다""선생님! 우리 동포들이 또 얼마나 죽어야 김정은이 정신차릴까요"
  • 연평도 3주기인 23일, 청명한 늦가을의 하늘은 유달리 맑아 보였다. 이날 탈북작가 림일 씨(47)는 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으로 향했다. 그리고선, 2010년 10월 10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묘역 앞에 섰다. 작가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서글픔이 엿보였고, 주인이 없는 황장엽 묘소는 너무도 쓸쓸해 보였다. 

  • 묘비 앞에 두 권의 책이 놓였다. 그 옆에 와인 한 잔과 오리고기훈제, 과일이 담긴 접시가 보였다. 오리고기훈제는 평소 황 전 비서가 좋아하던 음식이라고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작가의 두 눈에선 촉촉함이 묻어났다.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림일 작가는 "황 선생에게 책을 바치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가가 대전이어서 1년에 한 번씩은 꼭 황장엽 묘소를 찾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소설 황장엽](시대정신)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앞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묘소에 술 한잔 따라 올리고, 제가 선생님의 생을 그린 소설을 썼다고 말씀드리려고 합니다"고 말한 바 있는 그였다.


  • 림일 작가와의 인터뷰는 고인이 식사하는 동안 진행됐다.

    림일 작가는 <소설 황장엽> 책에 대해 "철학가이셨던 그분이 인본주의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만든 주체사상이 유일독재체제로 변질된 데에 대한 허탈함 등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림일 작가는 지난 2011년 10월 황장엽 1주기에 즈음해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와 인터넷 상에서 존재하는 황장엽 추모단체 <황장엽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 "신간 <소설 황장엽>을 쓴 동기가?"

    "지금 나라꼴이 이게 뭐냐? 국가전복을 기도한 이석기 같은 인간을 옹호한다며 난리를 피우는 종북세력들이 득실거리니 시국말세가 따로 없다. 선생님은 생전에 종북세력들을 격멸하셨다. 이 나라 민주주의수호 걱정으로 하늘나라에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한 그분의 충언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 "황장엽에 대해 쓴 작가로서 주체사상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북한에서 만들어졌고 독재자 김정일에게 악용됐다는 것만 빼놓으면 세계철학사에 길이 남길 만한 위대한 사상이다. 선생님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인본주의 사상을 지향하셨다. 동시에 민주주의 사랑도 강조하셨는데 어쩌면 진짜 주체사상의 본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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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 선생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사실 남한이나 세계가 김정은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고 역설했다. 그의 몸값만 올려주는 격이어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독재자를 알아야 그에 대처할 수 있기에 김정은에 대한 남한과 세계의 관심은 오늘도 꾸준하다. 선생님은 김정은을 더도 덜도 말고 [그 애비에 그 아들]이라고 했다.”

    - "생전에 통일전략도 구상했던 걸로 안다."

    "내가 참석한 민주주의 강좌에서 누차에 걸쳐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통일의 주체를 남과 북의 국민으로 보았다. 김정일과 그 당국자들과는 백날을 마주 앉아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과감하게 남한이 주도해서 북한을 변혁시켜야 한다고 하셨다. 박근혜 대통령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 - "지난 DJ·노무현 정권에서 황장엽의 활동이 적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보면 정답이다. 생각해보라. 선생님은 분명 남한에 와서 북한의 실상을 전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남북관계에 불리하다고 거의 감금하다시피 했으니…. 그런 불행한 일만 아니었어도 오늘날 통합진보당 같은 얼빠진 정치정당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 "탈북자들 중에는 황장엽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없다면 이상하다. 남한은 민주주의국가가 아닌가? 그분이 만든 주체사상의 후과로 비참해진 북한인민들이다. 그러나 그가 전향을 하고 대한민국에 왔으니 분명 영웅이다. 탈북자 2만 명보다 황장엽 한 사람이 국제사회에 준 영향은 대단했다. 돈으로 계산이 안 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한껏 올려놓았다."

  • - "소설에서 독자들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함과 자유민주주의의 귀중함이다. 사람이 꽃밭에서 오래도록 있으면 꽃 냄새에 중독이 되어 그 향기를 잘 모른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남한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나라에서 사는지 망각하고 사는 것 같다. 그들에게 한 노 혁명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들려주며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싶다."

    - "지난 9년간 7권의 책을 냈다."

    "아니다. 아직도 제대로 된 책을 쓰지 못했다. 베스트셀러나 문학상에 욕심 가는 건 아니고... 두고 온 우리 형제들의 눈물을 씻어 줄 만한 작품을 못 냈다. 선생님 계셨으면 종아리 몇 대는 맞고도 남을 실책이다. 독재자 김정은의 폭정정치에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가는 인민에게 나는 죄인이다."

    - "다음 작품은?"

    "아무래도 주제를 북한, 분단, 탈북, 통일 등에서 찾으려고 한다. 어차피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이것도 어쩌면 정치 분야다. 남북문제 자체가 정치이니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지금껏 써왔던 정치적 인물소설은 아니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마치니 어느 덧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작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황장엽의 묘소가 대전에 있는 게 불편하다"고 한다.

    "통일부와 탈북자단체, 유관기관이 전부 서울에 있는데 마치 외로운 섬에 홀로 있는 모양새네요. 서울에 있으면 더 자주 찾아뵙겠는데 그렇게 못하는 현실이 아쉬워요."

  • 작가는 다시 고인의 영전에 술을 따라 올리고 울먹였다.

    "선생님!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심히 걱정입니다. 태어나 한 순간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북녘에 우리 동포들이 또 얼마나 얼어 죽고, 굶어 죽어야 김정은이 정신을 차리겠는지... 아! 원통합니다. 이럴 때 우리 곁에서 힘과 용기를 주시던 선생님이 무척 그립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사진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작가로부터 받은 [소설 황장엽](시대정신) 하권 뒷표지에 나온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띄었다.

  •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 있다]는 주체사상은 결과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실용적 틀로 작용하지 못하고, 김정일 정권의 권력 강화도구로 이용됐습니다. … (중략) …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는 북한인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이를 보자마자 기사 제목으로 "죽어가는 인민에게 나는 죄인이다"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기사를 작성하다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였던 <김용민>씨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을 접하게 된 것.

  • "후안무치도 유만분수지.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들이 반성은커녕 큰소리 떵떵치니. 이 정권은 불법 정권임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하긴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

    - 김용민 트위터 中

    우리네 어르신들이 가장 존경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치 않으려는 모습이다. 북괴를 탈출한 탈북자들이 가장 증오하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 <김용민> 아닌가.

    혹시 김씨일가와 비슷한 [체형]이어서 친근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정은이 정신차리기 전에 <김용민>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결국, 기사 제목은
    황 전 비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평가로 했다. 막말의 대상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그에게 <소설 황장엽> 일독을 권하기 때문.

    "황장엽, 김정은더러 [그 애비에 그 아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