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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대한민국 정부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대한민국 국무회의는 지난 5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의 이름]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의 건을 심의 의결했다.

    의결만 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결재]까지 받아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이제 통합진보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달렸다.
    헌법 재판소는 180일 안에 통합진보당을 해산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용기있게 행동한 적이 있었는가?
    거의 없다.

    정부를 비아냥대는 가장 대표적인 말은 [영혼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다.
    정부의 조치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지식인이 해야 할 행동규범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소극적이었고, 뒤로 물러섰고,
    자기에게 부여된 권리와 의무를 잘 행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특히 정신이나 이념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더욱 그랬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신을 차린 것일까?


    2. 전광석화 같이 빨랐다.

    정부가 이렇게 빨리 처리할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대체로 언론에 흘려서 반응을 보고,
    찬반 여론이 한참을 오가고,
    신문지면과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온갖 궤변이 한바탕 쓸고 지나가고,
    언론은 균형을 잡는다고
    기계적으로 찬성의견 절반, 반대의견 절반
    이렇게 한동안 분탕질을 벌이면서
    뜸을 들인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군사작전을 벌이듯 순식간에 사건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맞장쳤다..

    웬만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서 결재를 할 수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자결재] 방식으로 외국에서 OK 사인했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정부가 저렇게 빨리 결정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왼쪽 세번째)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촛불 정당연설회에서 자리에 앉아있다. 왼쪽부터 김선동 의원, 오병윤 원내대표, 오른쪽 두번째는 김미희 의원
    ▲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왼쪽 세번째)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촛불 정당연설회에서 자리에 앉아있다. 왼쪽부터 김선동 의원, 오병윤 원내대표, 오른쪽 두번째는 김미희 의원


    3. 칼 맞은 종북환자 대한민국


    종북(從北)의 병(病)에 걸린 환자 대한민국은,
    칼에 깊히 찔렸다.
    그 칼은,
    너무나 예리하고 날카롭고 정확해서
    종북병(從北病) 환자의 환부만 정확히 찔러댔다.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를 틈도 주지 않았다.
    환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느닷없이 환부를 푹 찔러서
    곪은 부위만 노련하게 도려내기 시작했다.

    그 칼은 강도의 손에 들린 과도가 아니었다.
    사무라이의 칼 집에 꽂힌 검이 아니었다.
    그 칼은,
    사람을 살리는 노련한 의사의 수술칼이었다.

    환자 대한민국은,
    수술칼을 받기 전,
    이미 자연마취제를 맞은 상황이었다.
    마취주사를 놓은 사람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끈질기고 지겹도록 대선 댓글을 붙들고 늘어졌다.
    촛불을 켜대고 전국을 맴맴 돌면서
    국민들의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행동이
    환자를 마취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국민들은 놀라지 않았다.
    [수술칼 받았나 보다] 하고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4. 존재감 드러낸 정홍원 총리

    "정부는 뭐하느냐, 총리의 존재감이 없다"고
    새누리당에서 볼 멘 소리로 투정을 부리지 마자
    정홍원 총리는,
    정치적인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정홍원 총리에게 저런 결단력이 있었을까?
    새삼 놀라게 되는 장면이다.

    이번 작전은,
    아무래도
    검사 선후배 출신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정홍원 총리-황교안 법무부 장관 라인에서
    손발이 척척 맞아 들어간 결과로 보인다.
     
    각본 김기춘, 감독 정홍원, 주연배우 황교안...
    그리고 빛나는 조연은 김한길이다.

    이 정도의 팀웍이면 다른 굵직굵직한 사건도
    법대로 제대로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제 길을 찾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