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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드디어 물러났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그만 둔 고위 공직자들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채동욱 만큼 요란하게
    인간사의 지저분한 온갖 모습을 다 보여주고 물러난 고위공직자는
    처음인 것 같다.

    어떤 장군은 국제적인 미녀 로비스트를 중년의 로맨스 대상으로 여겨
    마치 사춘기 소년의 첫사랑 같은 연애편지를 보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어떤 고위공직자는 학력을 속인 큐레이터와의 확인되지 않은 염문에 휩싸여 
    온갖 소문에 시달리다가 결국 옷을 벗었지만,
    알고 보니 그가 실수한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 큰 흠집을 잡혀 동정을 받기도 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
    그를 둘러싼 복잡함과 추잡스러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히 [부패와 타락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 2.
    채동욱 전 검찰청장 사건은,
    지금 이 나라 [검찰이 얼마나 썪어 문드러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물론 절대 다수 검사들은
    그래도 직업 윤리에 충실하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검사들 사이에 통용되는 도덕적 기준이
    아주 낮아졌다는 점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어느 직업군이나
    한 때 잘 못 생각하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짧지 않은 인생을 살다 보면
    처음 각오와는 달리 큰 시험과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채 전 총장의 경우,
    그 정도가 보통 상식을 훨씬 뛰어넘었다는데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렇게 흠이 많거나 의혹투성이인 인물이
    어떻게 검찰총장에 오를 수 있었느냐 하는 구조적인 부분이다.

    검사들 사이에
    저 정도면 문제없다,
    총장이 될 만하다는 평가가 퍼져 있지 않았다면
    채 전 총장 같은 사람이 검찰총장에 올라갈 수가 없다.

    바로 이것이
    검찰 전체가 썩어 문드러져,
    법과 질서를 세우는 정의의 칼날이 아니라,
    추잡하기 이를데 없는 사리사욕과
    패륜적인 파당을 충족하기 위한
    [피묻은 범죄의 칼날]이 되어 버렸다는,
    준엄하고도 엄정한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말이 없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3.
    채동욱 스캔들의 경우,
    더 심각한 것은 정치권과의 유착과 결탁이다.
    채동욱 만큼
    고위공직자로서 끝까지 저렇게 버티는 경우를 볼 수 없었다.

    도대체 채동욱은,
    [무엇을 믿고] 저렇게 끝까지 버티려 했을까?

    청문회에서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해 댄
    [민주당 박범계 의원],

    채동욱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 아닌 위협을 해댄
    [민
    주당 김한길 대표]
    ,

    사표를 받으라 말라 사사건건 참견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등은,

    그들이 얼마나 깊숙하게
    채동욱과 이러저러하게 밀착됐는지를
    치가 떨리도록 보여줬다.

    결국 채동욱이 끝까지 버티려던 그 바탕에는 
    돈과 권력과 더러운 거래와 밀실야합에 익숙한
    수많은 국회의원들의 비호내지 방패막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4.
    채동욱은,
    검찰이란 조직을 밑바닥부터 철저히 유린하고, 흠집을 내고 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이제 검찰조직에 대한
    철저한 뿌리부터의 개혁이 불가피해졌다.

    채동욱과 함께 판사나 검사에 붙어서
    자신의 정치권력을 더 키워서 보호막을 형성하는
    일부 [사이비 정치인들의 타락] 역시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신에게 준 칼을 어떻게 사용할 지 모르는 정신 나간 검찰,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헌신짝 처럼 내 던진
    타락한 정치인들은
    이제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분리수거해서 소각로에 넣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머뭇거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진국 잣대는 1인당 GDP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