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타격, 기업수사 확대신중” 對 “전방위 압수수색, 줄소환, 저인망 싹쓸이”
  •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특수통은 맞지만 귀족은 아니다”

    “누구든 그를 정치적 목적으로 발탁했다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정권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읽겠지만 입맛에 맞추는 일은 없을 것”


    위 발언들은
    김진태(61·사법연수원 16기, 법무법인 인 고문변호사)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검찰 안팎의 한 줄 평가다.

    김진태 후보자는
    연수원 동기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같은 특수통이다.
    그러나 같은 점 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다르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채동욱 전 총장이
    [불도저]란 별명답게 저돌적인 추진력을 앞세워
    피의자와 피고인을 [압박]하는 방식을 선호했다면,
    김진태 후보자의 수사는 [정밀타격]에 가까웠다.

    채동욱 전 총장이 판을 벌리는 유형이라면
    김진태 후보자는 오히려 판을 좁히는 쪽이었다.

    실제 채동욱 전 총장은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잇따른 자살에서 알 수 있듯,

    [광범위한 압수수색]
    [관계자 줄 소환],
    [저인망식 싹쓸이] 수사로
    상대에게 강한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 ▲ 지난달 30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퇴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30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퇴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김진태 후보자는
    의사가 [환부만을 정교하게 도려내듯]
    불거진 핵심 사안에 수사력을 집중해
    실체를 밝혀내는 방법을 즐겨 썼다.

    때문에 [별건수사]를 비롯해
    수사범위나 대상을 [확대]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진태 후보자가
    검찰 수사의 행태를 비판했다는 한 언론의 기사는,
    수사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인식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문화일보>의 30일자 기사에 따르면
    김진태 후보자는 최근 사석에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검찰 수사는 드러난 범죄에 대해서만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식으로 해야지,
    범죄 피의자의 모든 범죄를 다 밝혀내겠다고 하면 안 된다”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신문은 이어
    전직 특수통 검사들의 말을 빌려
    김진태 후보자가
    과거에도, 
    [일단 판을 벌리고 보자]는 식의 수사행태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진태 후보자는
    [별건 수사],
    [광범위한 압수수색][무차별 소환] 등을 통한 [저인망 수사],
    [장기간 지속]되는 수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신문은
    전직 특수통 출신 대검차장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김진태 후보자가
    [기업수사]
    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의사가 환자를 수술할 때
    문제 부위만 수술하고 빨리 봉합해야지
    배를 다 열어놓고
    모든 장기마다 손을 대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과거 수십년간의 관행이었던 것을
    현재의 잣대로 처벌하겠다고 하면
    살아날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김진태
    후보자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검찰을 대표하는 특수통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1995년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실세]를 구속기소하면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김영삼 정부 최고의 권력 실세였던 엄삼탁 전 병무청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구속시킨 것도
    그였다.

    이런 이력들은
    그가
    정권의 눈치나 보는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도 볼 수 있다.

    [정권실세]는 거리낌 없이 구속기소한 그가,
    사회적 약자나 경험이 미숙한 학생에 대해선
    상당히 온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1988년 김진태 검사는
    현대건설 노조추진위원장 서정의씨 납치사건을 맡아
    실체를 밝혀내는데 성공한다.

    김진태 검사는
    이 사건이
    현대건설의 사주를 받은 조직폭력배가 저지른 범행임을 확인하고,
    10여명의 회사 임직원을 재판에 넘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도 이때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검사가
    바로 김진태 후보자였다.

    김진태 검사가
    한동안 한직을 맴돌자,
    검찰 주변에서는
    MB를 직접 조사한 [악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곤 했다.

    당시 김진태 검사가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구형하면서 밝힌 논거는
    크게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기업을 대표한다는
    현대가

    폭력배를 동원해
    노조파괴 공작에 나선 것은

    추방돼야 할 전근대적 폭력행위.

    노조에 대한 대기업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당시 서울동부지청 검사)


    같은 해 <주체철학> 등 운동권 서적을 읽은 서울대생을
    기소유예로 석방한 사실도 큰 이슈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을
    검찰이 기소유예로 석방한 사실은
    그 자체로 화제를 낳았다.

    피고인은 지적 성숙과정에 있다,
    의식화 학습의 동기가
    우리사회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회 부조리의 규명과

    미지의 사상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했다.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당시 서울동부지청 검사)


    김진태 후보자의 과거 이력들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그를 낙점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무색케 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진태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음모론]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누구든
    정치적 목적으로
    그를 이용하려 한다면

    나중에 뒤통수 맞는 일이 생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같은 말을 했다.

    정권 눈치나 보면서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야당이
    김진태를 너무 모르고 말을 하는 것 같다.


    김진태 후보자에 대한 검찰 주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특수통이긴 하지만
    [귀족 특수통]이 아니란 평가도 흥미롭다.

    채동욱 전 총장이나
    그가 길러낸 [채동욱 키드]들이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것과 비교한다면,
    김진태 후보자의 [스팩]은 소박하다.

    2001년과 2002년
    대검 <범죄정보담당관>과 <중수2과장>을 지낸 것이
    가장 화려한 경력이다.

    처음부터 여수와 순천을 오가며 검사생활을 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엔 한직을 맴돈 덕에
    [서민 특수통]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런 그의 이력은
    지난해 말 [검란 파동] 당시,
    흔들리는 검찰 조직을 빠른 시간 안에 추스를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 됐다.

    검찰 주변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장 직무대리]로서
    그가 보여준 뛰어난 [조직장악력]
    총장 지명의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시기 어려울 만큼 깐깐하고,
    기본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 역시
    그가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마흔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 됐다.

    [깐깐한 원칙주의자]를 바라보는 검찰 안팎의 눈길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당장 주요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국정원 트위터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정국을 뒤흔들 초대형 사안들이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현미경 검증]을 공언한
    야당의 인사청문회 공세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은 30일 국회에 접수됐다.
    앞으로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0일 안에 청문절차를 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김진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늦어도 다음달 둘째주 안에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