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마마도', tvN '꽃보다 할배' 표절 의혹.."할배를 할매로?"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일밤 - 아빠! 어디가?' 연상

  • 안방극장에 때 아닌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비슷한 포맷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여 도마 위에 오른 것.

    [베끼기 논란]의 주역은 놀랍게도 [공영방송] KBS다. 

    추석을 기점으로 KBS가 내놓은 신상 파일럿 예능은 총 6개.
    <바라던 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타 베이비시티 날 보러와요> 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다수 공개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 숨부터 나온다.

    <스타 베이비시터 날보러와요>는
    육아 경험이 전무한 연예인들이 출연해
    아이들을 돌보는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낼 계획.
    하지만 이같은 형식은 과거 [god의 육아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god의 육아일기]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아이돌그룹이 출연해
    어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장면을 내놓으면서
    방송가에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다 큰 남자들의 가출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바라던 바다>는,
    신현준, 이훈, 남희석 등 비슷한 또래의 연기자들이 여행을 떠나는 컨셉트다.
    [요트 여행]이라는 점에선 신선하지만,
    결국 개성 넘치는 남성 연예인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KBS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MBC <일밤 - 아빠! 어디가?>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담당 제작진은 "우린 다르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아빠! 어디가?>의 [아류작]이라는 비난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 ▲ 최근 방송가에 검증된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옮겨오는 ‘아류작’들이 난무하고 있어 주목된다.
    ▲ 최근 방송가에 검증된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옮겨오는 ‘아류작’들이 난무하고 있어 주목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육아에 소홀했던 아빠들이
    48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행이나 이벤트적인 것인 요소가 강한 <아빠! 어디가?>에 비해
    "다큐적인 성격이 짙다"는 게 제작진이 밝힌 차별 포인트다.

    다행히 추석 연휴 이휘재, 추성훈, 장현성, 이현우로 구성된 <슈퍼맨>들은
    이른바 [줌마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에는 성공했다.
    특히 추성훈의 딸 <사랑이>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폭풍 식사를 선보이며 [먹방계의 샛별]로 떠오른 <사랑이>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많은 네티즌들에게 [엄마 미소]를 짓도록 만들었다.

    처음 선입견을 갖고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예상 외로 재미있다"며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고정 편성을 바란다는 청원 글을 올릴 정도.

    하지만 타 방송사에서 고심 끝에 개발한 프로그램 포맷을 손쉽게 [차용],
    시청률을 올리려 한다는 비난에선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일각에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안착할 경우,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이라는 새로운 풍토가
    방송가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주목할 만한 점은 [표절 논란의 주범]으로 지목된 제작사들이
    대부분 지상파 방송국이라는 사실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특정 포맷의 프로그램을 방송,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 경우,
    지상파 방송국에서 동일한 포맷으로 [아류작]을 양산하는 수순이다.

    한 마디로 [검증이 된] 포맷을 가져와
    [리스크]를 최소화 하겠다는 심산. 

    이같은 프로세스는 최근 2~3년 사이
    실력 있는 지상파 방송국 피디들이
    대거 [케이블]이나 [종편] 등으로 옮겨간 탓도 있다.

    베끼기 의혹 제기에도,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 뻔뻔함 고수
    비슷한 포맷 공개한 뒤 "우리 프로그램은 전혀 달라" 한 목소리

    사실 [잘 팔리는] 형식과,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제작사의 자유다.

    그러나 창의성이 결여된 [아류작]들이 브라운관에서 남발될 경우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뻔하고 익숙한 프로그램 포맷에 질린 시청자들이 브라운관을 외면한다면,
    결과적으로 TV프로그램 모두가 [고사]하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위험부담에도
    이른바 [베끼기 열풍]이 식지 않는 이유는 바로 [안전성] 때문이다. 

    일단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포맷은
    적어도 [평균 이상은 간다]는 인식이 방송가에 팽배해 있다. 

    이는 엠넷의 '슈퍼스타K'를 벤치마킹한 SBS [K팝스타]나 MBC <위대한 탄생>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은데 기인하고 있다. 

    <위대한 탄생>은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해 [시즌 3]에서 막을 내렸지만
    [K팝스타]는 원작 [슈퍼스타K]에 버금갈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의 아류작 격인
    KBS <불후의 명곡>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방영 초기 <나가수>를 따라했다는 비난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불후의 명곡>은
    시간이 갈수록 [고유의 색깔]을 덧입히며 팬층을 넓혀나갔다.
    무엇보다 사활을 걸고 미션에 임하는 가수들과,
    뛰어난 편곡, 퍼포먼스 등이 눈길을 끌면서
    현재는 <나가수>를 능가하는 영향력과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tvN <꽃보다 할배>를 대놓고(?) 카피한
    KBS <마마도 : 엄마가 있는 풍경>도,
    첫 회 시청률이 10.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정규 편성을 확정지은 상태.

    할아버지 4명 대신, [할매 연기자] 4명을 자리에 앉힌 <마마도>는
    "배우 4인방이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웃음을 선사한다"는 포맷까지
    <꽃보다 할배>를 꼭 빼닮았다.

  • ▲ 최근 방송가에 검증된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옮겨오는 ‘아류작’들이 난무하고 있어 주목된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여배우로 살아온
    김수미, 김영옥, 김용림, 이효춘 등 중년 여배우 4인방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금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를 넘는 시청률로 이어졌다.

    이처럼 표절 논란 시비에도
    [카피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한 케이블 채널에선 이를 비꼬는 코너를 방영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는
    "다른 놈들 우리 거 다 베끼는데 우리라고 못 베낄 거 있느냐"며
    현재 방영 중인 여러 가지 예능 프로그램을 합쳐
    [전국 안녕하세요 꽃보다 진짜사나이 할배 무한도전하러 어디가 스플래시]라는
    신생(?) 프로그램을 만드는 장면을 내보냈다.

    최근 종합편성 채널 TV조선도
    <오냐오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할배-할매 스타들이 손주들과 함께
    대한민국 아름다운 시골마을을 찾아
    1박 2일 동안 특별한 동반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가히 [베끼기 프로그램]의 정점을 달릴 모양새다.

    지상파-케이블 채절 간의 [베끼기 논란]이
    이제는 종합편성채널까지 번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제공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