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가능한 성장의 날개가 꺾인 채 추락하던 미국 권위지가 '아마존 밀림'에서 새롭게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IT(정보기술)업계 슈퍼스타 아마존닷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하자 WP의 혁신 가능성을 두고 미디어 업계의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과 전자책 기기 '킨들' 등 거목이 빽빽한 베조스의 '아마존 생태계' 안에서 WP가 미래 신문업의 희망으로 회생할 것이라는 시각이 일단 많은 편이다. 그러나 산더미 손실과 독자 이탈 등 되돌리기 어려운 올드 미디어의 냉혹한 현실 때문에 부활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 등 외신의 분석에 따르면 베조스는 WP를 기존 자신의 IT사업과 연계해 전례 없는 미디어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예상된다.

    ◇ '아마존의 마법' 효과 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존닷컴의 최대 장점인 '고객성향 분석 및 최적화'가 신문 사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지다.

    아마존닷컴은 온라인 서점 시절부터 개개인의 도서 선택 패턴과 검색 습관을 대거 분석해 고객에게 맞는 책을 권해주는 장점으로 유명했다.

    고객의 마음을 '입안의 혀'처럼 읽고 마음에 맞는 물건을 찾아주는 이 기법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아마존닷컴은 이후 전자책, 음악, 영화 등 콘텐츠와 PC, 주방용품, 차량 등 폭넓은 품목을 망라한 초대형 상거래 사이트로 성장했다.

    베조스도 인수 발표 직후 WP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의 시금석은 독자이다. 정부, 지역지도자, 식당 개업, 자선 등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이해해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인화 기법이 신문에 잘 맞을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뉴스를 사용자 취향에 맞게 마구 거르면 자칫 정보의 폭이나 성향을 제한해 독자를 '자신의 목소리만 울리는 방'(에코박스)에 가두는 꼴이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독서 경험과 콘텐츠 구매를 잘 연동한 전자책 모델 킨들의 저력이 WP까지 살릴지도 관심사다. 킨들은 눈에 피로가 없는 전자잉크 화면, 가벼운 무게, 미려한 디자인으로 독서광들을 사로잡았다. 버튼 한 번에 좋아하는 전자책을 사 무선으로 내려받는 킨들 스토어 기능 덕에 신간 수요를 크게 늘렸다.

    미디어 업계에서 베조스가 킨들이나 애플 아이튠스처럼 콘텐츠 소비(기사 읽기)와 구매가 매끄럽게 선순환 하는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킨들은 실제 2011년 단행본보다 분량이 적은 미니 소설이나 르포를 1∼4달러(1천100원∼4천400원) 가격에 파는 킨들 싱글 서비스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미엄 기사를 유료화하려는 신문업계에 솔깃한 대목이다.

    ◇ 손실 누적·독자 이탈 가속 등 난관 많아

    그러나 몇 가지 IT식 신선한 접근법, 그리고 경영층의 혁신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금세 WP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한 기대다.

    우선 사업 적자를 해결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작년 WP의 손실은 5천400만 달러(604억1천만원)다. 매출은 5억8천200만 달러(6천500억원)로 7년 전보다 39%가 쪼그라들었다. 어려운 미국 신문업계 상황을 볼 때 WP의 매출은 앞으로 수년간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템플대의 크리스토퍼 하퍼 교수(언론학)는 "베조스의 WP 인수는 사업상 거래가 아니라 비영리기관에 대한 투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IT와의 접합도 신문에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많은 신문이 디지털판 제작에 공을 들였지만 급감하는 인쇄광고 매출을 벌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디지털 광고는 인쇄 광고보다 단가가 10∼50% 싸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인수 전 아이패드와 페이스북 버전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뉴미디어 광고에 경험이 많은 베조스로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마존닷컴과 킨들 등의 디지털 광고로 그가 올해 벌어들일 돈은 8억3천500만 달러(9천326억원)으로 작년 대비 37%가 늘어날 전망이다.

    젊은 층의 외면 등 WP의 고질적 문제는 그 외에도 많다. WP의 모회사인 워싱턴포스트컴퍼니의 돈 그레이엄 회장은 "신문 소(小)광고가 줄고 동네 소매업이 전국적 업체들에 잠식당하는데다 젊은 독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베조스의 경영 방식이 난관 극복에 안전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앞으로 그의 선택에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