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적 지지기반 약화로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들이 '진보를 뺀' 당명 변경에서 활로를 찾고 나섰다.

    진보정의당은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혁신당대회에서 천호선 최고위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며 당의 간판을 '정의당'으로 바꿔 달았다.

    기존 이름에서 '진보'라는 단어는 빼버리고 '정의'만 남긴 과감한 선택이다.

    약속이라도 한듯 진보신당 역시 이날 오후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임시당대회를 열고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꿨다.

    새 당명 후보로 노동당, 무지개사회당, 적록당, 평등노동당, 평등당, 평등사회당, 평화노동당, 해방당 등 8개가 올라왔으나 어디에도 진보라는 단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두 정당 모두 `3음절'로 된 정당명을 택했다. 지금까지 정당명은 대체로 5음절로 구성되고, 이를 3음절로 줄여 부르는 게 일종의 패턴처럼 굳어져 왔다.

    진보를 표방해온 이들 정당이 '간판'을 바꿔 단데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진보'라는 명칭이 방해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너무도 선명한 정체성이 오히려 외연확대를 방해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던 셈이다.

    '진보'라는 단어 자체가 워낙 오래된 개념인 만큼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퍼져 있는 상황이다.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당명 개정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5월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진보라는 두 글자로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낡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의혹과 '종북 논란' 등을 거치며 국민 사이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한 점도 당명 변경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진보정당들은 이번 당명 개정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신임대표는 "정의당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당명 개정에 참여한 분들의 문제의식을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며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가장 정의로운 정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동당 박은지 대변인 역시 "2008년 창당과 함께 '새로운 진보'를 약속한 바 있다"며 "이번 이름 변경을 계기로 관성적으로 사용하던 '진보' 대신 노동 문제에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