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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 드라마(밤10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연출 조수원, 극본 박혜련) 10일 방송에서 자신을 밀어내는 혜성을 찾아 헤매다가 간신히 만났지만 매정하게 가 버리는 혜성을 향해 부르짖는 소리가 마치 우주를 향해 퍼져나가는 듯 근원적인 수하의 울부짖음이 절절하다.
무죄판결로 고비를 넘겼지만 재판이 끝나고 나서 수하(이종석)는 다시 혼자 남았다.
법원 로비에 홀로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은 막 세상에 내 던져 진 고아같다.'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가고 싶은 데 집이 기억 안 나요!"혜성(이보영)이는 수하를 데리고 수하 집으로 간다. 오래 집을 비운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파트 문에는 광고전단지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열쇠번호가 생각이 안 나서 열쇠 수리공을 부른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쭈그리고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전등불이 꺼지면 순간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바닥을 치면 다시 환하게 밝아온다."만약 민준국(정웅인)이 살아있으면 위험한 것 아녜요?
내가 죽였으면 걱정 안해도 되겠죠?"
"쓸데없는 소리 마! 네가 살인자가 되는 것 보다 나아!"기다리다가 어느 새 잠이 든 혜성! 혜성 옆으로 와 혜성이 얼굴을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한다. 손에다 몇 번씩 뽀뽀하는 수하!수하네 거실. 수하가 잠들어 있다. 잠든 수하 머리를 쓰다듬는 혜성!
잠이 깬 수하는 혜성이를 찾지만 이미 가고 없다. 대신 냉장고에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다.
거기는 수하가 앞으로 해야 할 일, 외어야 할 스마트폰 전호번호들이 있다.
수하 주민등록번호, 검정고시준비, 대학교 갈 준비에 필요한 책들, <끼니 거르지 말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쓸쓸했던 가슴에 온기가 퍼지며 활짝 밝게 웃는다.
'여자 친구 사귈 것'에서는 시큰둥하다.
마지막 포스트잇에는' 더 이상 나에게 연락하지 말 것'. 수하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성빈과 중기를 만나는 수하. 중기는 가지고 있었던 수하의 물건들을 이번에도 보관했다가 건네준다.
물론 거기에는 일기장이 있다. 혜성이 말대로 공부를 하다가 일기장을 들여 다 본다.'당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당신을 다시 만나면 내가 꼭 지켜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눈으로 읽다가 목소리로 튀어 나온다.
"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울컥 목이 메어 달려가려다가 포스트잇을 보고 멈칫하는 수하!
수하는 그 뒤로 직접 혜성이를 찾아나선다. 빌딩 벽면에 온통 다닥 붙어있는 간판을 올려다 보는 수하 모습이 웬일인지 눈물이 난다. 마치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묻고 다닌다."장혜성변호사 사무실이 어디인지 아세요?"
정글속의 작은 소년 같다. 마침 혜성이와 같은 사무실의 신상덕(윤주상)변호사를 만나 애원한다.
"저 그 분 만나야 되요! 만나게 해 주세요!"
마치 애처럼 팔을 붙잡고 매달린다.
수하를 어떡하든지 피하려고 한 혜성은 어쩔 수 없이 수하와 마주한다."왜 내가 만나면 안 되요?"
"나 너무 바빠"
"정말 내가 변호사님 싫어 했어요?"
"변호사님도 정말 나 싫어 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날 변호해 주셨어요?"
"네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민준국이 나한테 특별한거야.
네 덕분에 변호사가 뭔지도 알았고.
이제 얻을 거 다 얻었으니 다시는 찾지 마!"일어서는 혜성을 향해 말한다.
"내가 피곤할 정도로 싫어요? 그냥 있어만 주면 안 돼요?
세상과 다 끊어진 느낌이예요! 변호사마저 없으면~"안 들으려는 듯 혜성은 급히 나가버린다.
카페 창 밖을 내다 보니 차(윤상현)변호사와 택시를 타고 가 버린다.
창에다 손을 대고 소리친다."가지 마요! 가지 마~"
더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뛰어 나가 사라져 가 버리는 택시를 쫓아가며 울부짖는다.
"가지 마! 가지 말라구~~!"
마치 수하는 백지 상태의 어린아이가 된 것 같다.자신의 근원을 향해서 부르짖는 것 같다.
"가지 마"
그대로 집으로 가 버린 혜성은 수하를 잊으려는 듯이 분주하다. 그런데 갑자기 혜성을 부르려는 듯이 비가 쏟아진다. 나가는 혜성이 뒤를 쫓아 벌떡 일어나 뛰어 나갔던 것처럼 혜성이도 저절로 몸이 움직여 우산을 들고 달려간다.
카페 앞에 계단에 앉아서 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수하. 아마 혜성이가 올 때까지 언제까지 그대로 있겠지!
혜성이가 있어야 그의 세상은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니."진짜 미치겠다! 너 어떡하면 좋으냐?"
우산을 던지고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 앉는 혜성!
배시시 웃으며 우산을 집어 혜성에게 씌어주는 수하!
텅 빈 가슴에 혜성이가 들어오니 수하는 충만감과 안전감에 어린아이처럼 행복하다.
이종석은 세 가지 역활을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해 맑고 활기 찬 소년과 책임감 있고 다부진 남자, 그리고 어린아이 모습까지! 남자 안에 세 가지 모습이 공존하고 있지 않은가? 완벽하고도 이상적인 한 사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젊은 배우의 모습이 놀랍다!
혜성이 악착같이 수하를 밀어내려는 이유가 말미에 손그림자처럼 살짝 나타난다.'내가 말도 안 되게... 어이없게도... 걔가 자꾸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빨리 정리하려구요.
내가 그 앨 좋아하나봐요...'모두의 가슴을 졸이고(이 드라마 오래하다가는 심장마비 걸리겠다) 그래도 혹시 했는데 수하는 정말 무죄였다. 마지막으로 보인 변장한 민준국, 민준국은 기척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치게 하는 정말 무서운 배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