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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전





    SBS 수목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출 조수원, 극본 박혜련) 4일 방송은 마치 이민이라도 간 것처럼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다. 배우들도 다른 배우들로 교체 된 듯 딴 사람으로 비뀐 것 같다.

    희한하게 4일 방송에서는 주인공인 이보영도 이종석도 숨겨져서 보이지 않는다.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 시종일관 법정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드라마는 특정 직업을 내세우는 드라마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 직업을 생생히 그려내지 못했다.하나의 옷 위에 슬쩍 걸쳐 놓은 머풀러 같은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배우들이 바뀌고 약간의 수정된 내용에다 배경과 장소만 바뀔 뿐 똑 같은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불륜,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이야기, 신분상승, 출세와 성공을 위해 저지르는 갖은 악행, 우연의 반복, 억지 설정,삼각관계, 가장 흔한 사랑타령, 요새는 그런 것에 더욱 자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심사위원회에서는 무얼 심사하는 지모르겠다.

    책상위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여 지어내고 이것저것 끌어다가 모방하여 짜집기한 각본속에 국민들을 가둔다. 일반서민들이 가장 쉽고 경제적인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통해 안방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중에 자연스럽게 생각과 사고를 넓히며 꿈과 이상을 심어줄 수 있는 드라마는 한갖 이상에 지나지 않는걸을까?

    글로벌 시대라는데 한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왜 남성작가들은 없을까?

    오랜 만에 보는 법정 드라마인데 잠시나마 흥미진진하게 폭 빠져들게 하며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일반사람들과 너무나 먼 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하고 생소한 법률용어도 듣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혜성(이보영)은 수하(이종석)로 인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변호사의 자리로 돌아간다. 경찰서에서는 수하가 자백했다고 무조건 구속이라고 말한다.

    "제 몸 다치면서 날 지켜준 놈이예요! 약속을 했다구요! 나하고!
    10년 전에 한 약속도 지킨 사람이라니까요!"

    수하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렇게 열심히 변호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렇게 열심히 변호하는 데 저 목소리 저 눈빛 생각이 안 나!

    구속영장실질검사가 들어가고 혜성이가 담당 변호사로 나선다.
    밀어내는 형사들을 한사코 뿌리치고 현장검증 하는 곳까지 따라가는 혜성.

    "생각 안 나는 건 안 난다고 해. 지레짐작으로 얘기하지 마."

    기억이 없어 멍한 수하에게 시간만 되면 일일이 일러준다.

    "지금 기억이 없는 상태거든요.
    예단질문은 삼가고 강압적일 땐 모두 문제 삼을 겁니다."

    수하의 기억상실증을 믿지 못하는 형사들에게도 틈만 나면 단단히 부탁하고 또 얘기한다.
    수하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다 가릴 수 있는 마스크도 가져 와 수하에게 씌워 준다.

    이 사건을 맡은 검사 도연(이다희)이도 수하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혜성이를 찾아 와 제안한다.유죄를 인정하면 정상참작하여 10년으로 하고 인정 안 할시 유죄로 드러나면 20년 형을 하겠다고.

    도연이의 제안을 받은 혜성이는 마음이 수시로 변하며 고민한다.



    이 드라마에서 보면 검사와 변호사의 위치와 하는 일도 참 흥미롭다. 검사측은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유죄판결을 내리려고 냉정함으로 무장한다. 변호사는 온갖 자료를 검토하고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며 무죄로 풀려나기를 소원한다.변호사와 피의자의 만남과 대화도 흥미롭다.

    혜성이와 일 년 동안 말도 안 하던 신변호사(윤주상)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최유창(최성준)의 재치로 차변호사(윤상현)도 다시 돌아와 국선변호사팀이 다시 한 데 모였다.

    혜성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데 신상덕변호사가 26년 전 자기가 맡은 사건과 너무나 같다며 그 사건 전말을 이야기 해 준다. 그 때도 검사가 찾아 와 제안을 했지만 자신은 무죄를 주장했고 재판에 져서 아직도 감옥에 있다는 것이다.

    "26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유죄로 인정할 것입니까?"
    "26년 동안 수천 번 수 백 번 물어 봤어! 다시 돌아간다해도 무죄를 주장할 거야!"

    신변호사는 지금도 그 사람이 갇힌 감옥에 정기적으로 찾아 가 퍼즐게임을 같이 하며 그의 분노를 달래주고 있다. 신변호사의 고뇌가 짙은 향기로 다가온다.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는 혜성이를 보고 차관우는 <국민참여재판>으로 가자고 한다. 이렇게 해서 얼추 변호의 틀을 잡아간다.

    드디어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날 검사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냐고 수하한테 묻고 머뭇거리던 수하는 "아니요.인정하지 않습니다."라고 해서 조마조마하던 혜성이를 안심시킨다.

    유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 검사팀과 변호사팀은 계속 회의를 하고 작전을 짜며 변론을 벌인다.

    검사쪽은 원래 원한이 많은 관계인데다 법망을 빠져나간 분노가 극에 치달아 죽인것이 분명하고 범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너무나 많으므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유죄로 몰아가지만 변호팀은 반박한다.

    "증거가 많다는 것은 진짜 범인이거나 누군가 뒤집어 쒸우는 작전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너무나 영악하고 치밀하여 마치 '저사람을 범인으로 봐 주세요' 하는 것 같다.
    진범은 따로 있는데 진범한테 놀아나는 것은 아닐까요?

    또 다른 사람은 전혀 용의자 선상에 두지 않았습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논리정연한 팽팽한 변론이 오고 간다.
    그리고 드디어 끊임없는 의견교환과 열정과 노력으로 실마리가 잡혀간다.

    "아직 민준국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또 수하와 혜성에게 어떤 전환점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