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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국법에 목숨 걸고
사투를 벌이는 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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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드리마 <구암 허준> 14일자에서는 국법을 어겼다는 죄로 ‘어필현판을 읽는 벌을 받는 허준(김주혁)의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진다. 그러면서 병자를 위해 불의한 국법과 목숨 걸고 싸우는 장면이 한 편의 대서사시를 그리고 있다.
발령받아 간 혜민서는 가관도 아니다. 거기서 오랫동안 일을 하는 서리들이 약재를 빼서 착복하고 윗사람들의 술값을 대준다. 의관들도 사사로이 빼다가 술을 사 먹어 정작 환자들이 먹을 탕약을 지을 약재가 없어 번번이 방치되기 일쑤다. 거기다가 가난한 환자들한테 돈까지 뜯어내고 있었다.
그 동안 이 일을 바로 잡으려고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악습을 끊기가 어디 쉬운가?
번번이 실패하여 손을 놓는 상태다. 허준은 유의태에게 어떻게 배웠는가? 병자를 위해 목숨을 내 놓으라고 배웠다.
이에 분개한 허준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관행처럼 하던 일을 계속 하면 포도청에 직고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모두 그만 두겠다고 협박한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의원들이 모두 직접 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허준 말을 따른다. 혜민서에는 활기가 돈다.
하지만 이들이 가만 있겠는가?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 기생집에 가는 김판관과 송주부가 허준의 꼬투리를 찾는데 집에서 환자들을 치료해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양예수(최종환)에게 이 사실을 알리어 심문을 받는다. 어의로 들어 온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약방을 여는 것이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허준은 사실을 고한다. 혜민서에 치료받으려 오지만 사람이 부족하고 의관들이 있어도 바둑이나 두며 소일하는 근무태만자도 있으니 며칠을 기다리다가 죽는 일까지 발생한다.
당장 병으로 고통스러운데 기다릴 수 없으니 그 병자들이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는 것을 알고 허준 집으로 몰려 와 애원하니 어쩔 수 없이 무료로 치료해 준 것이다.“사사로운 이익과 영달을 구하진 않았습니다. 의관의 양심으로서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내의원 의관이 된 이상 사사로운 의지로 행할 수 없다.
그러려면 내의원의관이 되지 말아야 했다.
법도를 어긴 것은 사실이니 네가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도록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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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받는 벌은 넓은 궁궐을 걸어서 되돌아 오면서 어필현판을 읽는 벌이다. 300번하기도 힘들고 어떤 사람은 500번 하다가 쓰러진 아주 힘든 벌이라고 한다. 그런데 허준한테 1000번을 오가라는 명이 떨어졌다.
이 사실은 모두에게 알려지고 김만경(이한위)이 달려 와 항의를 한다.“영감도 혜민서 사정을 모르시지 않습니까? 소
인도 집에서 병자를 보고 있으니 소인도 벌을 주십시오!”“너희들이 그러고도 의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 차라리 죽일 놈들!”
양예수와 모든 내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준은 벌을 받는다.
도지(남궁민)한테 맡기고 모두 물러난다. 이침에 시작했는데 밤이 되었다."어찌 됐는가?”
“그만하면 살려 달라고 할 법한데 연신 코피를 쏟으면서도 다시 일어납니다. 독한 놈입니다.”허준을 아끼는 사람들은 계속 지켜보면서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른다. 나머진 내일 하면 된다고 말려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쓰러지면 온 힘을 다해 일어서길 밤새도록 계속한다.
이를 바라보는 도지의 얼굴에는 놀라움 안타까움 등 복잡한 심정이 뒤엉켜 있다.
그 다음 날 양예수는 다시 내의원들과 나와 앉아 허준에 대해 묻는다."아직도 벌을 받고 있습니다. 계단을 기어서 오르내린다고 합니다.”
"수를 세는 사람이 “999번이오”계단을 내려가다가 결국 쓰러진다. 허준은 마음속으로 스승님(백윤식)을 떠 올린다.
‘국법을 어겨 벌을 받고 있지만 의원으로서는 다 하고 있습니다.
심의가 되고자 했습니다! 부당한 법 때문에 병자를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힘을 주십시오!'
마지막 힘을 다해 스승님의 말을 생생히 떠 올리며 나중에는 한 팔씩 간신히 들어 올려 그 넓은 궁궐 안을 기어간다.
스승님과의 약속을 떠 올리며 병자들을 위해 또 병자들을 위협하는 모든 부당한 법을 향해
뜨거운 사막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걸어가는 고행자처럼 목숨을 걸고 온 몸으로 항거하는 그의 모습에 모두 할 말을 잊는다.
비웃던 자들은 웃음기가 사라지고 모두의 가슴을 뒤집어 놓는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도도히 있던 저 깊고 조용한 바다가 폭풍으로 요동쳐 한 순간에 완전히 바깥으로 뒤집어 올라오듯이.
드디어 마지막 1000번을 다하고 바싹 마른 입을 열어 현판을 읽고 간신히 버팅기고 양예수 앞에 선다.
수 없는 뛰어난 명언보다 목숨으로 하는 말은 정말 치명적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면 악과 싸우려면 목숨을 내 놓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목숨을 내 놓을 때만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목숨을 내 놓는 희생 앞에 악은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병자를 위해 목숨 건 허준으로 인해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