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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대로라면 2년3개월만에 남북회담이 열렸을 12일.
청와대는 언론들의 [호들갑]과 달리 담담한 표정이다.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연일 상승하는 국정수행 지지율에
남북문제까지 [대화길]이 열렸다면
70% 지지율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기대하던 터라
회담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적진 않다.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 손에 잡힐 듯한 성과물도
다시 시야 밖으로 벗어난 것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예상대로 야당과 좌파 매체들은 [호들갑]이다.
원칙과 신뢰를 내세워 수석대표의 [격]을 따진,
박 대통령의 압박이 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낸다.하지만 청와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다 산 사람처럼 뭐 그러느냐.
청와대 관계자가 1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말은 의미심장했다.이번 북한의 [회담 무산] 선언을
마치 모든 대북 계획이 무산된 것처럼 전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가 불편하다는 얘기다.남북대화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란 자신감도 배여 나온다.
오히려 [회담 성사]라는 성과 하나만 쫓다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역효과를 냈던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
이 관계자의 다음 말은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말은 아니지만,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말이라고 전했다.<글로벌 스탠다드>와 원칙을 버리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북한의 비위만 맞추는 처방보다는
남북관계의 [기본적 체질]을 바꾸는 노력 없이는
장기적인 통일은 결코 가까이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원칙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기반으로 한 대북 접근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아쉬움은 남지만,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이치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였다는 것이다.이번 회담 무산이 박근혜 정부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회담 대표의 [격]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민감했던 사안이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 여부였기 때문이다.일방적인 북한의 거부로 회담이 무산됐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큰 부담감 없이 <6.15 남북공동선언>을 북한과 논의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청와대 안팎에서 이번 회담 협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대표의 [격]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또 하나의 이유가
"6.15 선언 기념식이 이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게 아니냐"고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하지만 북한의 [안하무인] 태도로 이 같은 부담은 사라졌다.
중국 국빈방문을 앞둔 박 대통령의 국제 외교 행보 이후
북한이 향후 또 다시 대화를 요청해올 때
우리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차단하고 다시 입을 닫은 북한의 태도를 내세워
불편한 의제를 하나 빼버리는 동시에 우리가 [양보]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는,
그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 것 아니냐는 평가다.이번 [남북 회담]을 두고 맞붙은 첫 탐색전에서 우리 정부가 한판승을 거뒀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