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대화 응한건 순리"……[원칙론] 강조
  •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개성공단 논의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에 응하면서
    모처럼 청와대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전날인 4일 다소 우려됐던
    회담날짜와 장소까지 확정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제는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부터
    계속 고수했던 대북 원칙론이
    미국과 중국을 방문한 이후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성과로
    나타난 것이 가장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이 대화에 응한 것은 순리다.
    결국 합리적이고 원만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 그것이 되지 않겠나.
    일단 대화에 응한 것 자체가 순리라 보고,
    방향은 합리적이고 원만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 그런 것 아니겠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가 쓴 [순리]라는 단어에는
    북한이 서서히 우리의 대화 프레임에
    들어오고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있다.
    우리의 대화 프레임은 곧
    국제표준(글로벌스탠다드)를 말한다.

    북한이 그동안 했던 것처럼
    여러 차례 도발이나 억지를 써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 모두
    [대화 복귀]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이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마땅히 없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취임후
    남북관계와 관련해 발신한
    [원칙·상식·국제기준]이라는 메시지에
    북한이 서서히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  

    실제로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인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에 별다른 고민의 흔적도 없이 단 하루만에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역제안]하는 [정형화]된 답을 내놨다.

     

    청와대 역시 북한의 입장 발표 전후로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티타임을 겸한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는 역제의라는 결론을 무난히 도출했다.

    마치 북한의 반응을 이미 예견하고
    미리 구성한 시나리오 그대로 진행된 모습이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방중 이후
    다시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청와대는 이번 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혈맹인 중국까지 [중립]을 선언한
    북한의 절박한 사정이 주요한 원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한차례 협상이 결렬될 당시
    논란이 됐던 실무자의 [격]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유연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번 협상이 결렬된 것이
    더 고위급으로 가지 않아서 결렬된 게 아니다.
    당국자 간 대화를 함에 있어
    국제사회에선 기본적인 격을 갖추고
    그렇게 시작할 때 그런 회담의 신뢰, 존중, 이런 것이 전제가 되고
    그래야만 결과도 결국 좋고 실행도 좋은 것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누가 만나서 되겠느나.
    더 위층으로 올라가기보다는
    당국자간 서로 존중, 신뢰할 분위기 형성되도록
    틀부터 서로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 청와대 고위관계자

     

    지난달 협상 과정은 박 대통령의 방중을 직전에 앞둔 시점인데다,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 여부라는 민감한 사안이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이 불편했던 문제가 모두 사라진
    현재 시점에서의 남북 실무회담은
    향후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를 시작하는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