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정상, 北 핵보유국 불인정 합의
    탈북자문제는 거론안돼…양국, 新대국관계 지향키로
    美, 지적재산권 침해·사이버해킹·영토분쟁 문제 제기

    (랜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8일 공개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도닐런 보좌관은 "중국은 최근 몇 달간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지도부가 공개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시 주석이 어제 북한 문제가 미국과 중국이 협력을 제고해나갈 핵심분야라는데 동의했으며, 두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돼야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어떤 나라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데 합의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협력과 대화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양국은 또 북한의 확산 능력을 중단시키고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경제발전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전략을 중단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정상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quite a bit of alignment)'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함께 취해나가기로 절대적인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미·중 정상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목표와 함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문제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양 국무위원은 전했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 사안에 대해 미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질서를 주도하는 두 강대국이 이런 원칙에 다시 합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상당히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공개적으로 '북한 핵무기 불용' 입장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른바 '5세대 10년'의 중국을 이끌 시 주석이 북한 문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향후 북·중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또 조만간 열릴 남북한 장관급 회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도닐런 보좌관은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거나 북한과의 대화 또는 협상을 진행하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의 중요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선택은 북한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면서 "6자회담에 대해서도 토론이 있었는데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실제로 체감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진정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과거행태에 대해 실망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6자회담에서 채택한 '2005년 공동성명'의 이행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도닐런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탈북자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사이버 해킹과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상조사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침해 문제들이 대부분 중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향후 건설적인 양국 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센카쿠 등 영토분쟁은 관련국들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평화적인 외교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등에서 주권과 영토를 굳건히 수호할 각오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련국들이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양제츠 위원이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이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요구한 '신형 대국관계'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두 정상은 '슈퍼 온실가스'로 불리는 수소화불화탄소(HFC) 생산 및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고 다양한 분야에 걸친 경제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7일 오후 첫 회담에 이어 실무만찬, 기자회견을 한 뒤 8일 산책과 2차 회담 등 이틀 동안 모두 8시간 동안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복잡한 의전절차를 생략한 채 마라톤 토론을 한 두 정상의 이번 회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양국이 수교한 이후 새로운 대국관계를 지향하는 양국관계를 상징하는 새 이정표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2차 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