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통일부-외교부에 물어봐라”, 한-중 정상회담서 공론화도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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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 국군포로 : “나 국군포로인데 한국대사관 아닙니까”

    주중대사관 직원 : “맞는데요”

    탈북 국군포로 : “도와줄 수 없는가 해서. 내가…”

    주중대사관 직원 : “아, 없어요” (뚜…뚜…)



  •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에 포로로 잡힌 뒤,
    수십년만에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장무환 씨가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거는 장면이다.

    2006년 한 방송에 의해 공개된 이 영상은
    지난 1998년,
    45년만에 북한을 탈출한 장무환 씨가 어렵게 대사관에 연락했지만,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고 매몰차게 도움을 거절하는 외교부 직원의 행태를 담고 있다.

     

    15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외교부의 분노를 자아내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28일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강제압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안타까운 사연은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탈북자 체포조]까지 동원하며 발 빠르게 움직인 반면,
    우리 외교부는,
    [기다려라], [걱정 말라] 는 식의 말로 미적거리다가
    결국 탈북 청소년 9명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조사결과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구금된 탈북 청소년들에게 북한이 압송 작전을 펼치던 지난 18일간,
    단 한 차례 면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 ▲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등 탈북자 관련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청소년 9명의 안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등 탈북자 관련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청소년 9명의 안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입 다문 청와대

     

     

    문제는 이 같은 외교문제가 터질 때마다 청와대는
    [아는 바 없다], [밝힐 수 없다]는 말로 입만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외교 문제를 표면 위로 드러낼 수 없다는 명분을 앞세워,
    대북 최대 이슈인 [탈북자] 문제의 공론화를 계속 미루는 셈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이런 문제는,
    외교부나 통일부에서 원 보이스(One Voice)로 발표하기로 했다.”

       - 청와대 고위 관계자

     

    이번 탈북 청소년 문제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조사하나 틀리지 않고 돌아오는 답변이다.

    하지만 정작 외교부나 통일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이나 향후 대응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이런 민감한 문제는 오히려 청와대에서 적극 나서서 해명하고 수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탈북자 문제] 해결하겠다” [큰 소리]만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중국을 설득하고 세계적 공론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탈북자 강제 북송은)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탈북자에 대해서는 중국이 남한으로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방미 중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 이슈는 중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중국 측에 탈북자가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처우를 받는지
    충분히 설득하고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강력히 요청해
    양국간 원만한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 권영세 신임 주중 대사


     

    우리 정부는 이번 탈북 청소년 사태에 대해
    라오스나 중국에게 어떠한 [항의]나 [재발 방지]도 요구한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례적인 발빠른 탈북자 체포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외교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중국에 [항의]하는 것을 북한이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라오스 주재 우리 대사관 측의 안일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증언과 정황이 드러남에도
    우리 정부의 아무런 조사 발표나 해명이 없다는 점은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 ▲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등 탈북자 관련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청소년 9명의 안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중 정상회담서 공론화도 어려울 듯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코앞에 둔 청와대는,
    이번 문제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게 될 박 대통령이,
    회담에서 과연 탈북자 문제를 언급하느냐가 핵심 사안이다.

     

    “양국 외교당국이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 중이다.
    의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지금 한중간 관계가 어느 때 보다도 좋다.
    양국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할 것으로 안다.”

       - 청와대 고위관계자,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합뉴스>는 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탈북자 북송 문제는 북중 관계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중국에 구체적 답을 요구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해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보다
    비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감 있게 공언한 박 대통령이
    이번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꼼수 때문에 또 다시 [탈북자 문제]를 공론화할 [타이밍]을 놓친다면,
    향후 임기 내내 대북 문제는 북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여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라오스 강제 북송 사태가,
    기본적으론 중국이 여전히 강제 북송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원인인 것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공론화의 때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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