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유의태!

     


  • MBC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 5월17일자 방송에서는 처음 허준을 볼 때부터 변함없이 지지해 주던 유의태가 허준이 홀로서기 하도록 스스로 물러나는 위대하고 아름우면서도 슬픈 퇴장이 그려진다.

     허준(김주혁)이 과거시험 보러 가는 중에 죽을 뻔한 돌쇠어머니를 구해주고 떠난다.
    그런데 돌쇠(이계인)가 눈이 먼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나타난다. 어머니 눈을 고칠 때까지 몰려오는 환자들을 막아 서서 들어오지도 못하게 낫을 들고 행패를 부린다.

    독성이 있는 부자를 넣은 약이라 신신당부하고 떠났건만 그만 처방전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더 먹이는 바람에 눈이 멀게 된 것이다.

     

  •  “우리 어미 눈 뜨기 전에는 다른 병자들을 볼 수 없어요!”

    어릴 때 아비를 잃고 오직 어머니를 의지하여 살아 온 불쌍한 돌쇠한테는 어머니가 온 세상이다. 단순 무식하고 모자란 돌쇠는 어머니가 눈이 멀었다는 것 밖에 생각할 줄 모른다.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병실에서는 허준이 지어 준 약을 안 먹겠다며 이제는 유의원(백윤식)을 찾는다.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허준은 어머니의 눈을 고치려고 온 힘을 다한다. 시침으로 우선 독을 뺐다.

    “해독 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독을 빼고 나니 눈이 아프다고 펄펄 뛰는 돌쇠어미.
     그 때 출타했던 유의태와 삼적대사(이재용)가 나타난다.

    “해독이 조금만 늦었어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을 것이다.”

    환자상태를 살펴보며 허준에게 지시를 한다. 돌쇠가 나타나서 “조선 제일 명의신 것 다 압니다. 의원님이 해 주세요!”하고 매달리지만 유의태는 가차없이 딱 잘라 말한다.

     “돌쇠 네 어미 눈을 뜰 의원은 내가 아니라 허준이다!”


     해독은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허준은 스승이 나타나서 안심하였는데 스승은 직접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찌 하여 네 자신을 못 믿느냐? 어서 시침하거라!”
    “환자의 숨결에 네 호흡을 맞춰라!”

    치료 순서를 가르쳐 주면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일일이 가르쳐 준다. 그런데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침하다가 갑자기 어느 부분에서 뜸을 뜨라고 한다. 허준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삼적대사도 놀란다. 침과 뜸을 같이 병행하는 것은 의가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할 터!” 그렇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남겨 놓고 나가버린다.
    유의태와 마주 한 삼적대사는 친구한테 궁금한 것이 많다.

     “난 이제 더 이상 명성이 필요치 않네. 이번 일로 뒤집어 쓴 오명을 씻어야 하네! 이제 제 힘으로 우뚝 서야 하네! 유의태 이름에 의지하지 말고.”

    침과 뜸을 병행할 수 없는 데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답변한다.  

    “침 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닐세! 스스로 해답을 찾아낼 걸세!”

    봄에 밭에나 산에 가면 지주를 볼 수 있다. 지주는 씨를 뿌려서 싹이 올라올 때 또 어린 나무를 심고 나서 지주를 곁에다 꽂거나 붙들어 매준다.

     어린 식물이나 어린 나무가 커서 웬만한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나무 같은 것으로 옆에 꽂아 놓거나 묶어서 의지하여 버틸 수 있게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웬만큼 자라면 지주는 뽑아버린다.



  • 사람도 지주가 필요하다. 유의태는 허준이 한 의원으로서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때로는 가혹하고 냉정하게 때로는 속 깊은 정으로 늘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살펴주고 든든한 의지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때가 되니 이제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 한 평생 이룬 업적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후배가 설 수 있는 자리도 자신의 공과를 내 세우지 않고 스스로 만들도록 도와준다. 당연한 듯이 소리 없이 퇴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