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양을 바라보는 두 거목

     


  • MBC 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5월16일자 방송에서는 석양 앞에 서 있는 두 거목의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슬픔이 숙연케 한다.

      유의태(백윤식)는 돈 버는 것에 관심이 없이 가난한 병자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망부석처럼 어떤 일에도 요동하는 법이 없고 자신의 신념에 대해 흔들리는 법이 강하고 굳건한 유의태다. 하지만 무거운 바위를 얹어 놓은 듯 어깨는 무거워 보이고 늘 고독해 보인다.

     이제 허준(김주혁)을 수제자로 삼고 아예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 같은 뜻을 가진 허준이 옆에 있으니 덜 외로워 보이고 늘 무거웠던 유의태의 어깨가 가벼워 보인다.

     허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삼적대사(이재용)를 만나러 가는 유의태! 만나자마자 한 마디 던진다.

    “정선 어디쯤에 묘 자리를 썼으면 좋겠구먼!”


    바닷가를 걸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 폭의 인생을 보는 것 같다. 바닷새가 끼룩거리고 바다 지평선 위로 새빨간 석양이 지고 있다.
     늘 환자들에게 둘러싸여 살던 두 사람은 오랜 만에 자유롭다.

    “장엄하고 도도하지 않은가!”


    석양을 바라보며 삼적대사가 친구에게 말한다. 입이 무거운 유의태는 늘 마음속에서 맴돌던 생각을 친구에게 말 한다.

     “장엄하고 도도할 수 밖에! 영겁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 제 한 몸으로 이 세상을 밝히지 않았나! 목숨이 뭔지 들여다 볼 생각을 못 했네.
    의업이라는 것도 너무나 작은 행위일 뿐이야.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아냐! 인생이 영원하지 못하면 내 죽은 자리를 채워주고 미처 못 다한 일을 채워 줄 사람이 있겠지!”


    유의태는 환자들을 보면서 누구보다도 죽음과 늘 마주 대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유한한 인생에 대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인생이 이루는 위대한 업적도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도 늘 죽음을 수시로 본다. 가족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가까운 친구나 자주 대하던 얼굴들! 또는 정보가 발달한 시대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늘 죽음을 본다. 그런데도 죽음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게 될까?


  • 인간이 이룬 문명과 과학에 인간 스스로도 놀라는 이 시대 정말 문명이 발달한 것인가? 그 엄청난 일을 이룬 인간들은 정작 자기 자신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가장 소중한 자기를 돌아보고 사랑해 줄 시간조차 없다.

    과학과 문명이 이렇게 까지 발달하기 전에는 좀 더 인간존재에 대해 인생 본질에 대해 꿰뚫어 보는 지혜가 있었다. 지금은 지혜는 존재하지 않고 얄팍한 지식만 존재하고 쓰나미처럼 날마다 밀려오는 지식에 인간은 지쳐가며 방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