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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태 같은 어른 어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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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일일드라마 <구암 허준> (연출:김근홍,권성창/극본:최완규/기획:신현창) 5월15일자 방송에서는 허준의 명성이 하늘을 치솟는 것을 개의치 않는 유의태의 큰 어른의 모습을 보여줘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유의태는 위중한 사또의 치료를 허준한테 맡으라고 말하고 바로 나온다.“허준한테 밀리신 것입니까?”
오근의 말에 유의태는 그저 ‘허허’웃는다.
오근의 마음은 평범한 우리의 마음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뛰어난 명의의 자리를 한 순간에 어린 제자에게 내주게 되었다. 그 자리를 누가 쉽게 내 줄 수 있는가? 거기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두 사람을 비교한다.
옛날 이스라엘에 사울이라는 훤출한 왕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린 애송이 다윗이 나타나서 모두들 두려워하는 골리앗을 물리쳤다. 그 뒤로 사람들은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 뒤로 사울은 아무 힘도 없는 다윗을 죽이려고 10년간을 뒤쫓으며 허송세월을 보냈고 자신의 인생도 망쳤다.
허준은 잘못되면 유의태가 위험하게 될 수도 있는 병자를 맡긴 것에 의아하다.’날 믿고 인정한다는 것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지 그렇게 애원해도 냉정하게 내치신 분인데 부질없는 생각이다’
허준은 사또를 치료하고 와서 유의태에게 보고한다.“네 병자의 일을 왜 나한테 말한단 말이냐?”
그러면서도 자세히 어떻게 치료했는지 물어보면서 부족한 부분은 가르쳐준다. 허준의 대답을 듣고 그 즉시 유의태는 말한다.
“방금 들어 온 병사의 환자를 돌보거라”
“스승님! 소인 다시는 스승님의 뜻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사람들은 유의원이 허준을 다시 수제자로 받아들인 것에 말이 많다.
특히 몇 년 동안 유의원 집에서 물지게 꾼에서부터 시작하여 약초 꾼으로 일한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 결국 그 중의 한 사람이 병부일지를 훔쳐 가지고 도망간다.
‘병부일지’는 병원에서는 아주 중요한 자료다. 그 동안의 모든 환자들의 발병시기, 현재상태, 시술소견, 투여할 약재, 잘못 된 처방을 바로 잡은 것 등 아주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이 자료만 있으면 의원으로서 일할 수 있을 정도다.
유의원은 보고를 받고도 놀라지도 않는다. 허준보고 병부일지를 새로 만들라고 한다. 놀라서 제가 어찌 할 수 있느냐 물으니까 간단히 대답한다.“만병통치약을 적어 내라는 것이 아니다. 네가 본 대로 병자의 병세를 적어 내거라.”
한 편 허준이 유의원 집에서 의원을 한다니까 허준의 명성을 듣고 산지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은 먼저 진찰을 받은 사람한테 물어본다.
“정말 허의원이 더 잘 보는가?”
“허의원은 조용하고 따듯한 눈이 보기만 해도 병이 낫는 것 같아!
얼음장 같은 유의원보다 나은 것 같아!”온 세상사람들이 이젠 유의태를 제쳐놓고 허준의 이름을 들먹인다. 주거지인 산음 땅에서도 유의태의 이름은 들리지 않고 허준의 이름만 오르내리고 있다. 자신의 병원에서도 병자들은 허준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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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들은 이제 유의태 때문이 아니라 허준 때문에 자신의 병원에 몰려든다. 사람들은 허준이 더 낫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허준을 수제자로 삼고 중요한 진료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유의태는 진정한 어른이다.
사람은 언젠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올라오는 후배들을 물러나기 전에 자신의 지식을 모두 전수하고 적극 양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이 사라졌다. 이는 막대한 손실이다. 삶을 살아 냄으로써 만이 얻을 수 있는 오랜 인생 경험으로 유의태처럼 후배가 잘못하면 혹독하게 야단을 쳐서 담금질을 시켜야 한다. 오랫동안 고생하여 얻은 축적된 지식을 전유물로 삼지 말고 후배에게 전수하여 사회에 필요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자연히 세대간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갈등도 없어질 것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어른들은 젊은 사람들을 친 자식처럼 훈계하고 이끌어주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 다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유의태 같은 어른 어디 없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