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이 몰려드는 병자들,

    과거시험을 포기할 것인가?


  •  MBC 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 8일 후반에서는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갈 시간이 촉박한데 매달리는 가난한 병자들을 뿌리치지 못하는 허준(김주혁)이 그려진다.

     한양으로 가는 반대 길로 10리(4Km)나 더 내려가는 곳으로 환자를 보러 간다. 환자를 보고 나니 아들이 한사코 아침이라도 대접하게 해 달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데 소문을 듣고 온 환자들이 마당에 가득하다. 한양 갔다 와서 돌아오는 길에 꼭 들르겠다고 하는데도 절박한 그들은 막무가내다.

     “돈 들이지 않아도 될 약 처방을 해 준다고 들었소! 돈 없어서 의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오! 제발 도와 주시오!”

    나이 지긋한 노인네가 가난한 병자들을 대신해서 간곡히 호소한다.

     허준은 그의 호소에 반 나절만 봐 주기로 약속하고 환자 치료에 들어간다. 가지각색 질병에 고통에 시달리면서 의원은 꿈도 꿀 수 없는 그들에게 일상생활에 쓰는 식재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초들을 가르쳐 주어 돈 들이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어려운 한자 약재 명을 못 알아들으니 쉬운 일상어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들의 눈 높이에 맞고 그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봉사이다. 그들은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처방이 있음을 알고 놀라고 기뻐한다.

     현재 사회는 어느 조직이나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방법론을 제시하며 연구한다. 그것도 모자라 계속적으로 새로운 방법론이 대두된다. 그것을 배우느라 세월이 다 갈 것 같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러 유학을 떠나기도 하고 더 배우고 더 배운다.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것을 언제 다 사용할 수 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새로운 골치 아픈 용어를 만들고 혁신적인 방법론을 많은 학자들과 소위 지식인들이 이야기하면서 본질하고는 점점 멀어진다. 잊혀지는 본질에다 끊임없이 부차적인 방법론을 덧붙여 사람들은 더욱 피곤하고 지친다.


  • 시대를 초월한 핵심적인 본질에 시대에 맞는 부차적인 방법을 붙이면 되는데 말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모든 중심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면 자연히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다. 성공과 물질과 과학만능 속에 인간은 실종되다 보니 미로 속에서 해결될 수 없는 수사학적인 방법을 찾아 다니고 있다.

    허준도 가난과 고통에 찌든 얼굴에 소망의 미소가 떠 오르는 걸 보니 뿌듯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금도 한양 가기에 아슬아슬한 시간인데 환자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심지어 병자를 업고 안고 수레에 실려 오기도 한다.

    명의인 허준이 무료로 진찰해 줄 뿐만 아니라 돈 안 들이고 고칠 수 있다는 복음에 산지사방에서 몰려 든 것이다.

    이쯤 되면 허준도 물러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