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간 그릇도 치료하여

    잘 쓰면 오래 갑니다!



  • MBC 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 5월8일자 방송에서는 허준이 내의원시험을 보러 가는 중 시급한 환자를 고치는 장면이 나온다.

     한 주막에 내의원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묵고 있다. 그 곳에 한 밤중에 급한 병자가 있으니 도와 달라고 한다. 우리는 과거 보러 가는  사람들이라고 그럴 시간이 없다고 거절한다.

    방 안에서 모든 소란을 듣고 있던 도지(남궁민)는 방문을 열고 증세를 물어보고 척척 맞힌다.
    처방전을 써 줄 테니 내일 의원을 찾아가라고 하고 방문을 닫는다.

     “당장 숨 넘어 가는데 처방전이 무슨 필요가 있소?”
    “의원님”

    계속 숨 넘어 가게 불러도 다 외면한다.

     “의원이 뭐요? 병 고치는 게 의원이지.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하시오?”

    이것을 지켜보며 갈등하고 있던 허준(김주혁)이 따라 나선다. 그런데 환자가 있는 마을은 되돌아서 십 리 길을 더 가야 한다.

    도자와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은 환자를 고치러 간 사람이  우상대감의 중풍을 고친 허준임을 알고 놀란다. 이미 경상도에는 허준이 명의로 소문이 나 있는 것이다.

     막상 아들을 따라가니 아버지는 입에 풀칠 할 돈도 없다고 치료 받지 않겠다고 한사코 거부한다.

    “의원은 병을 고치는 것이지 돈이 중요하지 않소.
    돈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르신 목숨입니다!”

    이에 마음이 움직이는 환자. 

    “난 죽을 각오를 했소 이미 다 망가진 몸이오!”
     “금 간 그릇도 치료하여 잘 쓰면 오래 씁니다.”

     절망과 두려움 속에 포기하고 있는 환자에게 소망의 빛을 비쳐 질병의 고통과 절망으로 굳어있는 마음을 풀어주고 살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게 하는 허준!

    환자들은 아프면 마음이 먼저 무너져버린다.
    질병에 걸리면 희망을 갖고 삶이 달리던 절망으로 멈춘다.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과 거리가 뒤쳐진다.
    마음은 저절로 위축되고 기가 죽고 저절로 어린아이처럼 연약해진다.

    주위의 사람들에겐 눈치가 보이고 죄인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병원에 가면 이런 마음에 불을 더 붙인다. 죄인처럼 기가 죽어 앞에 앉아 있는 환자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 없다. 증세도 제대로 안 듣는다. 기능적으로 처방하고 치료한다.

    의사를 만나고 나면 웬 지 수치감과 허탈감을 느낀다.
     오죽하면 어르신들이 하는 말 “앓느니 죽지!” 그 말엔 환자가 겪는 모든 고통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 허준은 질병과 대면하기 전에 먼저 환자와 대면한다. 돈이 없어서 죽음을 각오하고 한사코 치료를 거절하는 환자에게 돈 보다 도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낮아진 환자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몸이 다 망가졌다고 절망하는 환자! 돈 보다 어쩌면 가망이 없는 몸에 더 절망할 수 있다. 허준은 금 간 그릇도 치료해서 잘 쓰면 오래 간다고 환자의 심정을 꼭 짚어 환자로 하여금 치료할 수 있도록 삶에 대한 희망을 열어준다.

    이 말은 모든 병자들이 다 듣고 싶은 말일 것이다. 아무 쓸모 없어진 몸 치료한 들 폐나 끼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과 미안함이 늘 마음속에서 맴돌 것이다.

    아니 이것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이다. 실패한 사람들,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비정규직, 현장에서 물러 난 은퇴자들, 노인세대들, 현실에서 뒤쳐진 모든 사람들!

    우리는 살면서 모두 금 간 사람들이다. 보이는 사람도 있고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금이 많이 간 사람, 적게 간 사람, 금이 갔어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잘 못 하는 사람도 있다.

    허준의 말을 빌리면 당신들도 누군가의 조그마한 관심과 도움을 받으면 사회의 일원으로서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살 가치가 있는 소중한 생명들입니다! 라는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