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엔

    '햇볕 공직자' 없나?

     

  • 우리 공직사회에는 “북과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북과 어떻게 해서든 대화와 공존으로 나갈 길을 찾자는 여망이다.

    이 여망은 주관적으로는 순수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 발상 한 귀퉁이에는 “우리가 무얼 안 해서, 우리가 무얼 잘못해서 남북 대화가 안 됐다”고 하는 전제가 그것이다.

    정말 그런가?
    마치 누구들인가가 냉전 시대적 북한인식을 해빙기(解氷期)적 북한인식으로 바꾸지 않거나 못한 탓에 남북대화가 잘 안 됐다고 하는 뉘앙스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한민국이 무얼 그렇게 잘못 했는가?

    잘못한 것 없다.
    그야 핸들링이 어설펐다거나, 국면(局面)적 상황판단을 잘못했다거나 하는 실책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밤낮 대포로 얻어터지면서, 열심히 갖다 준 것밖엔 잘못한 게 없다.

    그런데 민간인도 아닌 공직사회 종사자들 가운데, 왜 “우리가 더 잘 하지 못해 남북관계가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첫째는, 그간의 사실관계와 자초지종과 인과(因果) 관계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들 역시 1980년대 이래의 [진보적] 강의(講義)와 책과 프로파간다에 일방적으로 노출된 세대였기 때문이다.
    비록 좌익은 아니지만 그들의 젊은 날의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과 들은 풍월(風月)은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세월이 한참 지나서도 부지부식 간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내재화 돼 있는 것이다.
    일종의 세뇌(洗腦) 증상이자 중독증상인 셈이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게 수구꼴통 세대가 아닌, 멋있는 ‘다른 세대’라고 치는 것이다.

    셋째는, 그런 그 세대가 새 정권의 공직을 맡게 되면 무언가 “우리만은 남북 관계에서 전(前) 정권이 하지 못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해야지” 하는 업적주의에 불타기 일쑤인 까닭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수의 범주에 속하는 정권 안에 들어와 출세를 했으면서도, 스스로 “나는 보수가 아니라 진보적...”이라고 자처한다.
    남북 관계에서도 “냉전적 발상을 버리고 북한정권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투의, [스스로 고상한] 꿈을 꾼다.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내심 한 구석에 이런 반응이 튀어나온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실컷 해봐라”


    이승만이 신경과민 환자라서 남북 협상이나 좌우합작의 위험성을 자초하기를 거부한 줄 아는가?
    박정희가 뭘 몰라서 ‘힘으로 뒷받침 되는 평화와 안보’를 지향한 줄 아는가?

    그들이 국내정치에선 무슨 과오가 있었든, 적어도 북의 시꺼먼 저의를 뱃속까지 꿰뚫어 본 것만은 탁월한 형안(炯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4대 강 사업이나 측근관리에서 무슨 과오가 있었든, 적어도 북이 회담조건으로 막대한 뒷돈을 요구한 것을 걷어찬 것만은 너무나 잘한 일이었다.
    북이 우리를 길들이는 것을 단호히 차단한 것, 이것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돋보이는 [기념품]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직자 일부도 [대북 업적주의]라는 장밋빛 환상에 흠씬 빠져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전 정권 사람들과 보수층에 대해 “너희 때문이야...”라는 화살을 던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질러주고 싶다.

    “니 마음대로 하세요.”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결과는 [다 주고 도루묵]일 것이라, [필자는] 믿는다.
    우리가 장사 한 두 번 해 본 게 아니기에.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