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감정 뒤로 하고 후임 대통령에 힘 실어주는 의도인 듯
  •  

    미루고 미뤘던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특별자치시 방문이 15일 이뤄졌다.

    그것도 첫 방문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부의 중심 도시로 치켜세운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재, 유통산업발전법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
    회의에는 세종시로 이전을 완료한 김황식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 장관 등이 참석했다.

    현재 세종청사에는 현재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이 입주해 있다.

  • ▲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럿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 연합뉴스
    ▲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럿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세종시를 찾은 것은 방문 그 자체가 처음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굵직한 국책사업이면 반드시 현장을 찾는 이 대통령이지만, 유독 세종시만은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일 때도 방문하지 않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 대통령은 2010년 행정 복합도시로 마련된 세종시를 과학비즈니스벨트를 포함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에서 부결됐었다.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 당선인의 결사반대로 이 대통령의 임기 내 최대의 국책사업이 무산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인 셈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당시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됐다는 소식에 큰 실망감을 표현했었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국회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


     

  • ▲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이 완공된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방문을 미뤄왔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세종시에서 개최하게 되면 (세종시를) 방문해 달라’는 유한식 세종시장의 요청에도 “그동안 선거 등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가지 못했다. 검토해보겠다”는 말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세종청사 개청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행사는 김 총리가 주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 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야 세종시를 방문했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 상징이기도 한 세종시를 직접 방문함으로써 그동안의 불편한 감정을 내려놓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수위가 정부부처 개편 방안을 발표하는 시점인 것도 이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단행한 이유 중의 하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하금렬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기획관 전원과 대변인, 일부 담당 비서관을 총동원시키는 ‘열정’을 보였다.
    세종시 조기 정착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특히 세종시의 가장 큰 현안으로 꼽히는 행정비효율성과 업무 불편을 계속 강조하며 빠른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세종청사 개청으로 인해 우려되는 행정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부처가 각별히 노력해달라.”

    “세종시 이전 부처 공무원과 가족들의 생활불편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애로 해소와 정주 여건 개선에 만전을 기해 달라.”


    이 대통령은 이날 별도로 이미 입주한 총리실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 ▲ 15일 오후 충북 청원군 청남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역사문화관에서 역대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15일 오후 충북 청원군 청남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역사문화관에서 역대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이 대통령은 세종시 방문 직후 청남대를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관리권이 충북도로 이양돼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으며, 이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