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국식 양당정치가 부럽다
  • ▲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이번 미 대선은 공화당이 승리할 절호의 기회였다.
    미국의 실업률이 7.3%가 넘었을 때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7.8%이다.

    그럼 무엇이 이번 대선 실패의 요인이었을까.

    첫째, 민주당이 단결해서 제안한 이민법 개정안에 공화당은 너무 직설적으로 반대했다.

    이번 이민법의 중요 내용은 불법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라 하더라도 미국 땅에 들어와 수년간 열심히 가정을 꾸미고 살면서 법을 어기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낸 이들을 사면하고 영주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에선 불법 이민자들은 이미 미국의 법을 어기고 밀입국한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구속해서 본인들의 나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사면하자는 주장으로 기울었지만 원리원칙을 따지는 보수 공화당은 이를 무시했다.

    둘째, 국민들의 하위 47%는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에 의지한다는 롬니의 직설적인 말실수가 문제가 되었다.

    사실 이 발언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으나, 저소득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백인들마저 롬니로부터 등을 돌렸다.

    셋째, 공화당은 미국이 바뀐 것을 깨닫지 못했다.

    미국 인구 중에 히스패닉 계통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공화당은 히스패닉계와 밀접한 정치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과거 식으로 백인들 표를 얻는 데만 치중했던 것이 커다란 시대적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공화당은 미국이 이처럼 변화한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투표 결과는 흑인이 93%, 아시아계가 76%, 그리고 히스패닉계가 74% 오바마를 지지했다.
    흑인들의 표야 당연시 하겠지만 히스패닉과 아시아계의 표가 이렇게 오바마에게 몰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넷째, 미국 국민들이 유럽의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이 정도로 유지되는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관대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공화당은 예측하지 못했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오바마를 공격해도 미 국민들은 이를 오바마의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롬니가 미국의 현재 경제지표를 보이면서 맹공격했지만, 유럽의 재정 악재를 극복하고 미국의 경제를 살릴 테니 “저를 믿고 4년 더 맡겨 달라”는 오바마의 호소에 미 국민들은 수긍했고 그의 말을 따랐다.

    다섯째, 오바마의 지지 기반인 젊은 30~40대를 흔들기 위해 약관인 42세의 폴 라이언을 대선의 러닝메이트로 삼고, 부통령 토론 때 라이언의 하원 예산위원장의 경력을 앞세워 숫자로 오바마의 경제정책을 맹공격했으나 정치 9단의 부통령 바이든의 노련함에 부통령 토론은 공화당에게 아무런 성과를 주지 못했고 이는 롬니가 대선에 실패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이제 공화당은 앞으로 닥쳐올 하원 의회에서 최대 부채한도를 가지고 오바마 대통령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패함으로써 벼랑 끝의 협상은 있겠지만, 15년 전 정부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다.

    공화당은 이제부터 4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4년 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후보로 나서지 않는 열린 경쟁이기 때문에 승리할 확률이 높다.

    미국 국민들이 4년 뒤에는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