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동지들 위기감 고조..'붕괴' 우려까지도보수 민주화 최초 단일후보, 계파 정당 초월했다!
  • 한숨이 깊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신생아실’, ‘고가 의자’, ‘다운계약서’ 등 일련의 사태들로 주춤하는 문재인 후보 얘기가 아니다. 문재인 후보를 바라보는 민주당 구성원들의 위기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에게 닥친 위기감의 근원은 다소 깊다. 침몰 직전을 예감하는 쥐들의 본능과 같은 정치꾼 특유의 직감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뭉치는 분위기다. 유례없는 통일된 분위기다.

    김영삼, 김종필, 이회창, 이재오 등 보수진영 한 축의 대표성을 가진 이들도 모두 박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민주화 이후 사실상 첫 통합 대선 후보인 셈이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은 정치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자유선진당만 봐도 그렇지 않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흔적조차 남지 않는 게 우리 동네(정치권) 이야기다.”

    민주당 수도권 한 중진의원이 <뉴데일리>와 만나 털어놓은 이야기다.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민주당에서 당 붕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이야기지만, 우스갯소리로도 듣기 힘든 이 이야기가 최근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떠나가는 역전의 동료들을 뒷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 ◆ 호남에서

    DJ 비서실장 한광옥. 이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불러야 한다.

    4.11 총선 당시 정통 민주당 창당으로 한차례 골이 깊어진 한광옥 전 실장이었지만, 갑작스런 박근혜 지지 선언은 민주당 내부에서 결코 적지 않은 의미였다.

    호남 대표 정치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김경재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 지지율 98%에 육박했던 민주당의 텃밭 호남 아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 실제로 이후 호남 세력들의 박근혜 지지 선언이 줄을 이었다.

    29일에는 전북출신의 강현욱 전 농림수산부장관, 이연택 전 노동부 장관, 최동섭 전 건설부장관이 박 후보 지지 선언을 밝혔다. 같은 날 강현욱, 조남조 전 전북도지사와 양창식 전 국회의원,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 최동섭 전 건설부장관 등은 전북도의회에서 “박 후보의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전북에서 국민대통합이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에는 전남 소재 10여개 대학 교수 186명이 참여하는 ‘전남을 사랑하는 교수회’(대표 장영인 순천대 교수)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20일에는 박용철 전 광주 북구의회 의장 등 민주당 텃밭 중에서도 핵심 텃밭 광주에서의 이탈이 벌어졌다.

    거의 모두 전직 의원이나 전 정부 관계자들 혹은 교수들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가 건재한 상황에서 현직 의원들이 옮겨오는 사례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가장 튼튼한 뿌리인 동교동계 시니어(senior)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친노 세력의 눈치를 봐야 했던 비노 세력들이 ‘결단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고민을 포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정상윤 기자
    ▲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정상윤 기자


    ◆ 노동계에서

    노동계는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오랜 친구였다.

    하지만 지난 26일 한국노총 소속 서울지역 20개사 노조 대표자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 장면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금속노련 서울지역 본부 서갑순 위원장이 지지 선언문에서 밝힌 “박근혜 후보야말로 ‘진정한 노동자, 서민의 벗’”이라는 말은 ‘위기’라는 단어 그 자체가 문재인 후보의 머리 속에 스쳐지나갈 법한 사건이었다.

  • ▲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정상윤 기자


    ◆ 문화·스포츠계에서

    진보적 성향이 짙은 문화·스포츠계 역시 민주당과는 가까운 사이였지만, 최근 극심한 이탈 현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지하 시인이다. 유신시대 저항시인인 그가 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민주당은 ‘변절’이라고 매도하고 있지만, 정신적 타격은 심각하다.

    또 28일 홍수환 전 WBA(세계권투협회) 밴텀급 챔피언를 비롯해 류제두, 박종팔, 변정수, 최용수 등 프로권투 전 세계챔피언들이 여의도 새누리 당사를 찾았다.

    같은날 탤런트 송재호·유동근, 가수 설운도·김흥국 등 문화예술체육인 4만4,000 여명도 박 후보를 지지했다. 송재호 씨는 탤런트협회 대표다.

    앞서 15일에는 소설가 복거일 씨와 탤런트 송재호씨, 이희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사무총장 등 ‘문화·예술·사회·교육인 400인’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과 사회교육을 올곧게 꽃 피울 새 지도자로서 박 후보를 지지하고 성원해 기필코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 ▲ 김지하 시인 ⓒ 정상윤 기자
    ▲ 김지하 시인 ⓒ 정상윤 기자


    ◆ 4·19 유공자단에 안철수 지지단체까지도

    지난 6일 4·19혁명 유공자들과 예비역 장성들도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4·19 관련 단체의 전직 회장단과 임원들로 구성된 ‘4·19혁명국가유공자단’ 소속 50여명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러나 사회주의 좌경후보들이 실천하지 못할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보고 국가정체성의 위기로 판단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4·19 이후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도 발표한 적이 없다.

    단일화를 같이 논의했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도 박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23일 구재춘 회장을 비롯해 CS코리아 소속 회원 200여명이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 ▲ 김지하 시인 ⓒ 정상윤 기자


    ◆ 그리고 온라인에서도

    민주당이 가장 뼈아파하는 부분이다.

    사실 젊은 세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온라인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을 새누리당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판세는 사뭇 다르다.

    국민 어플 카카오톡에서 박근혜 후보를 친구(플러스)등록한 사람은 43만2천96명(3일 오전 기준)을 기록 중 이다. 반면 문 후보는 29만3천864명으로 크게 뒤쳐진다.

    박 후보의 카톡친구는 당원 중심으로 맺어지기 시작하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에 수 만명이 늘어나기도 하는 등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23만9천939명이었고, 문 후보는 30만4천528명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평가한 SNS 점유율에서 박 후보는 59%였고, 문 후보는 38.9%에 그쳤다.
    박빙을 넘어 박 후보가 다소 우세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뉴스에 대한 댓글이나 관심도도 문 후보에게 비판적인 경향이 비친다. 주요 포털에서 제공하는 ‘랭킹뉴스’ 항목에서도 과거에는 여당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한 관심도와 댓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기사가 눈에 띈다.

  • ▲ 김지하 시인 ⓒ 정상윤 기자


    ● 그래도 안철수만 바라보는 문재인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답답한 점은 달리 바라볼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게조차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한 이후 민주당은 계속 ‘안철수’만 바라봐 왔다.

    ‘그래도 안철수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 분위기는 분명하지만, ‘안철수만 바라보다 다 떠나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지금까지도 안철수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3일 해단식 이후 문 후보와의 회동이 이뤄지고 국민연대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여론조사 등에서도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경우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안 후보 행보를 미뤄봤을 때 이 같은 적극지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 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안철수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 후 여론 역전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희박하다.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은 이미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