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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지난 28일 文후보는 임스 라운지 체어, 고가의 안경테와 패딩점퍼 선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민통당 측은 여기에 대해 "새누리당의 네거티브가 심각한 수준" "일부 매체의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국회의원 10명과 대변인 5명으로 구성된 '편파보도대책단'을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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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베저장소 회원이 만든 '민통당의 착각'이라는 그림.
그런데 이 모습을 보는 '인터넷 상황'이 이상하다.
심각함 보다는 오히려 '웃긴다'는 반응이 많다.
'제1야당' 민통당을 졸지에 'SNL코리아' 출연자처럼 만든 이들은 누굴까.그 정체는 '일베저장소'라는 유머 커뮤니티다.
지난 25일 오후 민통당 진성준 대변인이 논평 하나를 발표했다. 전반부는 대선운동에 대한 것이었지만 마지막에 중요한 말이 들어가 있었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수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 불린다. 이 회원들이 인터넷 여론조작을 지시하는 글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일베에 올라온 '이 시점 우리들이 취할 코스프레는 두 가지로 나뉨'이라는 게시물에는 '첫째, 안일베라고 철수 지지자에서 어쩔 수 없이 박근혜를 찍는다는 쪽의 글을 올린다', '둘째, 위와 같은 성향을 보이는 리플에다가 '새누리당 알밥XX 이간질하느라 고생하네 쯧쯧'라고 단다"고 적혀있다."
민통당은 이 게시물 한 가지를 '증거'라며, "일베저장소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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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민통당 대선후보의 신생아 출입 장면. 신생아실은 부모도 함부로 못 들어간다.[사진: YTN보도화면 캡쳐]
"(우리 당은) 안철수 후보의 결단을 역으로 이용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저질적 공작이 아닌지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조직적인 공작이 아닌지 의심스럽고 이 문제에 대해 저희 캠프는 예의 주시하면서 진상을 파악해 나갈 것이다."
이 논평이 언론에 보도되자 '일베저장소' 이용자들은 "민통당이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며 흥분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겁을 먹기는커녕 기뻐하며 "이제 전쟁이다"라고 외쳤다.
이후 실제로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27일 文후보가 한 산부인과를 방문해 신생아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 급격히 확산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퍼졌다.
文후보 캠프 측이 해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8일에는 文후보의 첫 TV CF에 나온 의자 하나가 문제가 됐다.
명품이라는 '임스 라운지 체어'로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文후보의 안경테도 최고가 제품인 '린드버그'란 게 밝혀졌다.
오후에는 대전 유세 중 입고나온 패딩 점퍼가 최고급에 속한다는 게 알려졌다.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文후보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 공격 이후 민통당은 "새누리당과 알바들의 네거티브" 운운하며 전병헌 의원을 단장으로 한 '편파보도대책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이 '편파보도대책단'에는 김윤덕, 노웅래, 배재정, 신경민, 유승희, 윤관석, 장병완, 최민희, 최재천 의원 등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과 정성호, 진성준, 김현, 박용진, 박광온 대변인 등 15명이 참여했다.
'편파보도대책단'은 "일부 매체가 심대한 왜곡 편파 보도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그 활동의 시작으로 29일 MBC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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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베저장소 이용자들의 '좌빨좀비' 저격 중 하나. '팩트' 없는 선동을 끔찍히도 싫어한다.
이 같은 민통당의 행태에 '일베저장소' 이용자들은 더욱 신이 난 모습이다.
"문재인 후보, 어서와~!"
"자, 화력집중이다"
"쿨타임 찼다"그들끼리 사용하는 용어로 文후보와 민통당 '까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베저장소'가 '제1야당'의 '집단 압박'에도 끄떡하지 않는 건 이용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일베저장소' 이용자들은 자신을 실제 모습보다 부풀리는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스스로를 '일게이' 또는 '장애인'이라 부른다.
자학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신을 낮춘다.
이 곳에서는 존댓말을 하면 욕을 얻어먹는다.
커뮤니티마다 있는 흔한 '터줏대감' 또는 '리더'도 존재하지 않는다. -
- ▲ 일베저장소 이용자들이 흔히 올리는 '팩트 인증'. 주로 여러 곳에서 보도된 언론자료나 학술서적, 증거사진 등을 올린다.
'주장'은 무조건 안 본다는 주의다.
무조건 '팩트'를 기반으로 이야기해야 하고, 또 재미있는 글이나 게시물이어야만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소위 '인증글'조차도 '저격'을 통해 선별해 낸다.
이용자 간의 '친목행위'조차 금지한다.
이러니 '어설픈 정치적 선동'은 들어갈 틈이 없다.'일베저장소'는 이런 특성 때문에 지난 수 년 동안 좌파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나 포털 카페로부터 '왕따'를 당해 왔다.
좌파 성향 커뮤니티들은 '일베저장소' 이용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승만 前대통령, 박정희 前대통령 등을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비난하며 ‘멸시’했다.
'일베저장소' 회원들은 새누리당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지킨 분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
- ▲ 일베저장소 이용자가 올린 '최근 인터넷 상황'이라는 제목의 그림.
이런 이들을 향해 민통당이 ‘새누리당 알바’니 ‘여론조작’ 등을 외치면서 ‘왕따 커뮤니티’는 졸지에 ‘대한민국 제1야당의 맞수’가 돼 버렸다.
‘좌파가 장악했다’는 온라인에서 늘 왕따를 당하던 ‘일베저장소’ 이용자들. 민통당의 논평과 행동을 기회로 삼아 “文후보, 어서와~!” “신난다! 민통당 덤벼라!”를 외치며 文후보를 저격하느라 신이 난 상태다.
한편 주요 커뮤니티들은 민통당과 ‘일베저장소’ 간의 ‘진흙탕 싸움’에 대해 “어떻게 되든 민통당에게는 유리할 게 없다. 왜 저런 삽질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