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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의 최대 쟁점은 가상대결과 여론조사 방식이다.
가상대결(안 후보 측은 실제대결이라고 설명한다)이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을 유권자들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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➀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 하십니까?
➁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중 누구를 지지 하십니가?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사람을 가리는 방식을 말한다. 정권교체가 두 후보의 최종 목표인 만큼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다.안 후보가 처음 제시한 이 방식은 중도층 지지율이 높은 안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이 안 후보가 제시한 가상대결을 수용한 만큼 남은 것은 여론조사 방식이다. 현재까지 안-문 두 후보가 합의한 부분은 가상(실제)대결 50% + 여론조사 50%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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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후보는 응답자에게 던질 질문 문구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여기서 두 후보는 ‘적합도’와 ‘지지도’를 주장하며 입장이 갈린다. 적합도는 문 후보 쪽의 주장이며 안 후보 측은 지지도를 주장한다.
적합도와 지지도의 차이는 무엇일까?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적합하느냐?
안-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
표면적으로 적합도는 국정운영 능력과 위기대처 능력 등을 전제로 하는 질문이라 참여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이 예상된다.반면 단순 지지도는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안 후보가 우위를 가진다. 최근 여론조사를 볼 때 ‘적합도’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를 10% 내외의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지지도의 경우 5% 내외로 격차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표면적인 유불리도 중요하지만,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핵심은 여론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권자의 40%가 넘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경쟁자로 나서는 게 좋을 수 있다. 안철수는 지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문재인 후보는 결코 안된다는 게 상당수 박근혜 후보 지지지들의 속마음이다.
때문에 적합도를 물을 경우 이른바 역선택의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 후보 지지자의 입장에서는 경쟁자로 문재인 후보가 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차범위 내로 싸우는 안 후보에게는 불리한 문구다.
23일 양 측이 계속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적합도·지지도·가상대결에 대한 문구 싸움은 쉽게 결론나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의 불협화음이 결과의 승복 여부를 불투명하게 한다는 점이다.
양 캠프에서도 이미 대승적 차원의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설령 급하게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어떤 ‘트집’이 잡힌다면 진 편이 승복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단일화를 두고 양 캠프에서 아귀다툼하는 가운데 서로의 신뢰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뜻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