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담긴 기록물이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논란으로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이 민감한 사안은 여야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떠오르며 점점 불을 지피고 있다.

    논쟁의 시발점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대화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기록물에서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설전이 벌어지고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대선 후보도 나왔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국정홍보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서해북방한계선 관련 기고문을 근거로 “NLL 포기에 대한 공론화 방침이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정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통일부 국감에서 2007년 8월 22일 국정홍보처 인터넷 홍보사이트에 NLL 관련 기고를 했던 김기웅 통일부 정보분석국장이 ‘기고가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증언했다“ 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듯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이 2010년 펴낸 책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말말말’의 내용을 보면 자세하게 언급 되어있다. 이 책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평양에 다녀온 직후인 2007년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원내대표 초청간담회에서 “NLL은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그어놓은 줄이다. 그 선이 처음에는 작전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을 오도하면 풀 수 없는 문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내용만 토대로 살펴봐도 NLL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중이 어떠했는지 이미 밝혀진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여야 의원들이 논쟁을 벌이는 사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2일 “정문헌 발언 사실 땐 책임질 것” 이라며 정면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을 지겠지만 아니라면 정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정문헌 의원도 “북방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 앞에서 제가 한 말이 사실임을 다시 한 번 고하면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대응했다. 정의원은 또 “노 전 대통령이 단독회담 자리에서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두 정상의 대화는 북한이 녹음했고 이 녹취와 우리 측의 기록을 토대로 대화록이 만들어졌다” 고 거듭 강조했다.

    위의 내용을 놓고 노무현 전 정부 시절 외교안보 브레인이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은 ‘정문헌 의원의 자작극’ 이라는 비판을 했다. 또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장수 전 장관이 진실을 알 것이라는 말을 덧 붙였다. .

    이에 대해 반박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김장수 전 장관은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얘기를 보면 개연성도 없지 않아 있을 거라는 미미한 발언을 했다. 다만 한 가지 “로마는 평화를 돈 주고 사지 않았어요. 로마가 평화를 돈 주고 사기 시작할 때부터 멸망했어요” 라는 말로 햇볕정책에 대한 생각만 간단하게 피력했다.

    이렇듯 여야가 갑론을박으로 소모적 싸움만 지속하기보다는 이제 결론을 내야 할 시기라 본다. 그래야 시시비비를 가려 의혹으로만 떠돌던 것들의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사과를 하면 된다. 이제 실질적인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과의 대화록이 과연 존재하느냐와 만약 존재 한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노무현 전 정부의 ‘국정 기록물 파기’ 논란까지 겹치면서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국정 기록물 파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민감한 내부 자료들을 파기해 ‘차기 정권에 대한 방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정권 방해가 아니라 역적질을 했다는 비난과 비판을 받는 게 맞는 것이다.

    지난 2008년 7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월 내부 자료 파기와 청와대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시 청와대는 “유출된 기록물이 원본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이며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측은 “가져온 자료는 모두 사본이고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 기록에 대한 열람권이 보장돼 있다”고 맞서며 청와대와 논쟁을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이 부분에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열람권은 열람만 할 수 있는 권리 즉 보기만 할 수 있는 권한이지 파일을 복사나 인쇄를 해서 유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록물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갔다는 것은 또 다른 제3자에게도 보여줄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 비밀을 아무에게나 보여 준다는 것은 큰 범법을 저지르는 것이니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임기를 마치고 사저로 나가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복사본이든 원본이든 파일을 가지고 간 것인지 그 의도가 매우 궁금하다. 과히 모종의 음모를 꾸미려는 의도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만약에 그러한 의도가 없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 진정 사람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고 보인다.

    여하튼 이 모든 정쟁을 일단락 시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국정원이나 청와대에 있다고 알려진 ‘기록물’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이 시끄러운 소음 전쟁을 잠재울 수 있다. 여야는 동수로 대표를 천거해 같은 날 같은 시간 동시에 확인하여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