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 곽노현 전 교육감 긍정 평가 문용린 후보측 “진의 잘못 전달, 학교현장 혼란 막자는 뜻에서 한 말” 잇따른 친 중도적 행보, “무당파 표심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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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1학년 시험을 없애겠습니다. 이것은 제 교육철학을 가장 극명하게 대변합니다”
    -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우파 단일후보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일찌감치 우파 단일후보로 확정돼 기세를 올리던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가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우파 교육계 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단일후보에 추대된 문 후보는 뒤 늦게 단일후보를 낸 좌파진영에 앞서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얼굴을 알려왔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 돼 우군인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2일 CBS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인 학생인권조례와 혁신학교 등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학생들의 인권을 살리자는 중요한 이슈를 부각시킨 것은 곽노현 교육감의 공헌이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우파 학부모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문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곽 전 교육감의 좌파적 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비판해 온 우파 시민단체들의 논리를 정면에서 뒤엎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파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문 후보의 다른 발언들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 후보는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한 혁신학교나 무상급식에 대해 우파 후보로서는 이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혁신학교 정책 중 토론식 수업이나 공동체 수업 등은 장점이 많다. 다른 학교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할 것”

    “무상급식은 교육현안 중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하겠다고 (전임자가) 약속했으므로 학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

    나아가 학부모단체가 강한 거부감을 보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교사의 지도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문 후보가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는 중학교 1학년을 ‘진로탐색을 위한 시기’로 정의해 중간 및 기말시험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발상이 경쟁을 적대시하는 좌파교육계의 시각과 유사하다며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우파 학부모 시민단체 중 하나인 바른교육전국연합은 성명을 통해 문 후보의 친전교조 행보에 강한 우려를 전했다.

    “문 후보의 친전교조적 인식이 우려스럽다. (문 후보의 발언은) 그가 보수진영의 단일후보가 맞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그동안 친전교조 교육정책에 맞서 혼신을 다해 싸웠는데 친전교조적 인식을 가진 분을 보수 진영의 反전교조 교육감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다른 학부모 시민단체들도 문 후보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5일에는 일부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문 후보 캠프를 방문해 후보 본인과의 면담 및 발언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캠프를 항의 방문한 일부 학부모들은 ‘후보 사퇴’까지 언급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후보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시험없는 학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수진영의 단일후보로 나왔으면 보수단체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DNA가 들어간 것이냐. 후보가 책임지고 사퇴해아 한다”

    학부모 시민단체의 반발에 문 후보 캠프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안정감’이다. 학교의 혼란을 막자는 뜻에서 나온 말인데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
    - 문용린 후보 캠프 관계자

    ‘혁신학교 옹호’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혁신학교 정책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다. 다만 교육방법론적 측면에서 토론식 수업 등의 장점을 살리자는 취지”

    “현재 61곳이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는데 모두 1년이 채 안됐다.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정자체를 취소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

    문 후보가 곽 전 교육감의 기존 정책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유권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무당파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우파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외면만 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문 후보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