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조사국 보고서, 중국측 왜곡 주장 그대로 실어 정부, 전문가 보내 충분히 설명.."보고서 본문에 우리 입장 실릴 것" 학계, 정부 안이한 태도 지적..소극적 대응서 벗어나야
  • ▲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인식을 설명하는 보고서에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 측 주장을 그대로 실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고구려와 백제를 당나라 영토로 표시한 중국 후산성 역사기념관의 ‘당조강역도’(자료사진).ⓒ 연합뉴스
    ▲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인식을 설명하는 보고서에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 측 주장을 그대로 실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고구려와 백제를 당나라 영토로 표시한 중국 후산성 역사기념관의 ‘당조강역도’(자료사진).ⓒ 연합뉴스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지정학적 관계를 규명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역사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현지시각으로 27일 미국 워싱턴DC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다음 달 중순 쯤 ‘중국의 역사 속에서 한반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북중관계의 미래예측을 위한 참고자료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사인식을 미국의 국회의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만들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미국 상원외교위원회 한 전문위원의 요구로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에 예속된 지방정부라는 중국 측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나아가 조선과 청나라가 백두산정계비에 따라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으로 정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 보고서가 중국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하는 참고자료로서, 동북아역사재단이 편향된 보고서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만약 이번 보고서가 중국측의 주장에 무게를 둔 내용을 담을 경우, 고구려 및 발해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판단이다.

    학계는 이번 보고서가 단순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정부 당국의 해명에 대해서도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의회조사국이 발행한 자료는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참고자료라도 그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공자학당’을 앞세워 세계 각국에서 ‘친중파’를 양성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발해사에 대한 중국 측 공세에 맞서 고조선사와 부여사 등 상고사를 비롯 고대사 연구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학계의 우려에 대해 외통부는 동북아역사재단 소속 전문가 등을 CRS에 보내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그 내용이 보고서 본문뿐 아니라 부록에도 실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외통부는 이 보고서가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단순히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보고서가 미국 정부나 의회의 공식입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