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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포커스 제107호>
교육대통령 어디 없나?
조 전 혁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前 국회의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경제학자인 당신이 왜 그렇게 교육문제에 열을 올리느냐?”고... 나는 그 때마다 “나는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경제변수는 없다”, 나아가 “교육은 매우 중요한 사회변수다”, 더 나아가 나는 “교육은 한 개인과 가족, 단체와 조직, 지역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사변수(歷史變數)이기까지 하다”고 강조한다.우리 교육을 개혁해보겠다고 도끼눈을 뜨고 투쟁하는 전교조 교사가 자신의 자녀는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도, 특목고를 폐지하자던 참여정부의 교육부총리가 제 딸아이는 특목고를 거쳐 외국 대학에 유학시키는 것도, 군색하게도 사회지도층이 국적까지 위조해가며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진학시키려 하는 것도... 모두 “내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표리부동, 몰염치, 불법까지 감수하면서도 자녀 교육 하나만큼을 위해서는 ‘올인’정도가 아니라 ‘올킬(?)’까지 하겠다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니 이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비난보다는 동정이 앞서기도 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를 위한 ‘생존권적 자유권’ 교육을 위해 어느 부모가 약해지지 않으랴!
흔히 하는 얘기지만 2차대전 종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140여개국 중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 성공의 배경에는 교육이 있었다. 엄청난 ‘대량생산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문자해독률은 50년대 말 30% 대에서 70년대에는 거의 100%에 육박하게 됐다. 우리 국민의 높은 경제적 생산성과 정치적 비판의식은 바로 이 성공한 교육 덕분이었다. 그 힘으로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처럼 교육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 교육 때문에 망하고 있다는 탄식이 늘어가고 있다. 그 원인은 시대지체(時代遲滯), 즉 교육 제도가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다. 획일, 몰개성, 강요의 대량생산 교육으로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개성적, 창의적, 자기 주도적 인간을 길러낼 수 없다. 우리의 교육이 이처럼 시대지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교육 분야에 넘쳐나는 규제의 족쇄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규제가 어느 정도냐고? 교육법전을 보면 안다. 놀라지 마시라.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를 강요하는 법전의 페이지 수가 200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게다가 각종 시행령, 지방정부의 조례, 규칙...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규제까지 우리 교육은 온통 규제투성이여서 일선학교와 교사들은 도통 움직일 수 없다. 뭘 하려 해도 법·시행령·조례·규칙에 걸려 할 수 없다. 창의성교육, 개성교육... 별 교육을 다 주장해 봐도 학교와 교사는 요지부동이다.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여야의 대선후보들이 모두 경제와 복지를 얘기한다. 내놓는 해결책이란 것들도 별반 차별화도 없다. 그런데 더 중요한 우리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교육문제는 자칫 인기 잃고, 표 잃기 십상인 예민한 문제라는 사정은 이해된다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 담대함도 없는 것은 더 문제가 아닐까?
경제민주화를 말하지만 교육보다 더 효율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은 없다. 복지를 말하지만 교육보다 더 따뜻한 복지정책은 없다. 역사를 말하지만 교육보다 더 중요한 역사변수는 없다. 교육은 최고의 경제정책이자 최선의 복지정책이요, 치명적인 역사변수다.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과 해결능력이 없는 사람은 언감생심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