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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칼럼세상>
안철수의 딱지
새벽에 일어나 ‘안철수의 생각’을 다시 신속하게 훑어보았다. 왜? 안철수가 “저도 오랫동안 전세 생활을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말한 대목을 두 눈으로 찾아보기 위해. “거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다가 용산 참사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고 본다”고 말한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안철수는 24년 전인 1988년 4월27일 ‘딱지’로 서울 사당동 대림아파트의 입주권을 사들여 89년 12월 부인과 함께 입주했고→이어 1993년 ‘조합원 아파트’ 몫으로 배정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럭키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철수가 50년 인생 동안 전세 살은 건 고작 1년밖에! 그래놓고 오랫동안 전세 생활을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알아? 안철수 본인에게도 날벼락같은 보도였겠지만 설마 그런 것까지야 했던 나에게도 정말 인간이 싫어지게 하는 보도였다.
딱지? 조합원 아파트? 쇠망치 휘둘러대는 무자비한 철거로 원주민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하며 몰아냈던, 그 악명 높았던 딱지, 조합원 아파트로 위장해 돈 쪼들리는 조합원 몰아내고 사고 팔아 돈 남겼던 바로 그런 조합원 아파트에 살았으면서도 뭐? 거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어쩌구!
부산에서 의사 개업을 했던 아버지 덕분에 대학원 시절 결혼까지 할 수 있었고, 부모가 사준 집에 살았다는 걸 탓할 생각은 결코 없다. 그러나 이 대목조차 안철수는 거짓말한다.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럼, 부모님이 사준 그 집은? 그의 위선과 거짓말!
심지어 무의촌 의료봉사를 통해 '소설보다 더 끔찍한 가난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의사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전세 살며 서민의 고통을 뼛속까지 체험했음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있다.
의사인 아버지, 그리고 무의촌, 서민과의 극적인 대비 속에서 등장하는 ‘영웅’! 안철수와 그의 홍보팀, 연극에 관한 한 정말 탁월하다. 정말 지능적이다.
안철수와 대담했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제정임도 ‘안철수의 생각’ 서문에서 이렇게 감탄하고 있다. “선입견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없는 설움’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안철수) 부부가 월급 30~40만원 가량의 국립대 조교와 전공의로 일하며 빠듯하게 생활하느라 양가 부모님 눈치를 보며 아이를 맡겨 키워야 했고, 결혼 후에 긴 전세살이를 하며 ‘집 없는 설움’도 겪었다.” 눈물 난다.
제정임의 감탄은 계속된다. “그래서인지 이력서에 드러난 화려함과 달리 그는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의 설움’에 대해 공감의 폭이 넓어 보였다. 그가 복지와 정의를 앞세워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그린 것은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정임은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기자를 한 인물. 안철수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하는 건 첫째, 기자까지 지낸 사람을 속일 만큼 안철수의 기만술이 탁월하거나 둘째, 제정임이 내공 부족으로 안철수의 감언(甘言)에 순진하게 속아 넘어갔거나 셋째, 안철수와 제정임이 이심전심으로 서로 짜고 ‘안철수 영웅 만들기’를 했을 가능성! 세 가지 다 복합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철수는 꼭 이런 식의 위선과 거짓으로 자신을 ‘검은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먼 ‘백조(白鳥)로 미화해왔고, 그런 작전이 썩은 정치인에 대해 환멸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에 적중하고 있는 것!
하지만, 누구보다 본인에 대해선 본인이 잘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안철수가 정치권에 들어오지 않는게 검증을 받지 않기 위한 것! 링 밖에서 배회하며 이미지 관리로 인기 유지하다가 날름 대권을 낚아채려는 것! 그 뻔한 걸 지금 계속하고 있다. 남은 모를 줄 알고!
더 헛웃음 나오게 하는 건 안철수를 신으로 모셔대는 안철수 마니아들-‘안빨’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중 잣대! 룸살롱 출입 논란이 나오자? 거짓말 한게 뭐가 문제? 남자가 룸살롱 가고서도 안 갔다고 우길 수 있는거지. 이번엔 안철수의 ‘딱지’까지 터져 나오자, 이런 소리가 나온다. 24년 전 일 갖고 왜 그래?
정말 가증스러운 안철수와 ‘안빨’들이다. 대한민국을 졸(卒)로 보는 이런 기만극도 조만간 거대한 종말을 고하고야 말 것이다. 그렇게 믿으려한다. 또 그래야 한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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