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 단독회담, 태풍 피해와 APEC 환담이 대통령, 녹색성장 '다음 정부에 꼭..' 눈길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일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얼굴을 맞댔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단독 회담을 갖는 것은 극히 보기 드문 일인데다, 그동안 탈 MB 노선을 걸어왔던 박 대표이기에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여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두 발언 외에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먼저 말을 건 쪽은 이 대통령이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광폭행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 보자마자 다가가며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이어 박 후보와 동행한 최경환, 이상일 의원과도 악수를 나눴다.

    친숙한 듯 말을 꺼낸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곧바로 화제를 돌려 최근 태풍 피해를 걱정했다. 배석자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정치적 느낌도 풍기지 않겠다는 생각은 두 사람의 공통된 심리로 보였다.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면서요?”라는 이 대통령의 말에 박 후보는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호남하고 충청이 피해가 많던데…”라고 걱정하자, 박 후보는 “다 무너지고 처참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바람이 불고, 낙과도 생기고…, 추석 앞두고 걱정이다”고 말했고, 박 후보는 “1년 농사를 지은 건데, 폭염과 가뭄 속에서 간신히 수확기를 맞았는데…. 다 무너지고 농민이 망연자실해 있었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추석이 있으니 복구를 빨리 해야지요”라며 태풍 피해 복구에 온 힘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 다음 화제는 박 후보가 꺼냈다.

    테이블에 앉아서는 다음 주 예정된 이 대통령의 APEC 순방으로 화제를 돌렸다.

    “며칠 후 해외 순방을 가신다면서요?”는 말에 이 대통령은 “APEC과 그린란드를 갑니다”고 답했다.

    또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가시는 거지요?”라는 말에 이 대통령은 “네 그린란드가 한반도 크기의 17배에요 근데 지금 빙하기 다 녹아서...기후변화 때문에 (그렇다). 온갖 자원이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경쟁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녹색 개발과 정책에 높은 관심과 자부심을 가진 이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할 겁니다. 자원개발, 북극 항로 협약도 맺고 올 거예요. 지금 (빙하가) 녹아서 (항로가 생겼는데, 북극을) 거쳐 오면 시간이 단축될 거예요.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됩니다.”

    현 정부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지속가능한 성장·저탄소 녹색성장 등 MB정부 최대 추진 과제를 다음 정부에서 전면 중단하는 부분이다.

    많은 예산을 들였고, 이제 소기의 성과를 얻기 시작한 터라 중단될 경우 국가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박 후보에게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된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독대는 지난해 12월22일 김정일 사망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은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청와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