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100일 범국민 특별안전기간" 요청…李 "민·관합동노력" 공감반값등록금·민생현안 '화두'…민주 "선거 중립 의무 훼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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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청와대에서 단 둘이 회동한 시간이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시간은 단 4분 여. 청와대와 박 후보 측 인사도 회동 초반 잠시 배석했을 뿐 곧바로 자리를 떴다. 여권의 양대주주는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주변을 물린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부터 줄곧 매끄럽지 못한 관계가 이어졌던 만큼 조용한 자리에서 그간의 앙금을 털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남의 초점은 단연 박 후보의 '대선공약'에 맞춰져 있었다. 현재 권력인 이 대통령에게 미래 권력을 준비하고 있는 박 후보가 도움을 요청하는 모양새였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국민대통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 후보가 "인사차"라면서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朴 "범국민 특별안전 확립기간" 제안…MB 공감 

    2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한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12월 22일 이후 8개월 여 만이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 성폭력 등 국민 안전의 문제 ▲ 태풍 피해대책 ▲ 민생경제 등 시급한 민생현안 세 가지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박 후보는 그동안 민생현장에서 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 이상일 대변인

    특히 박 후보는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범국민 특별안전 확립기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정부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

    "지금부터 100일 간을 '범국민 특별안전 확립기간'으로 정하고 민관 합동으로 각종 반사회적 범죄의 예방과 대책을 수립하고 안전한 환경을 확립하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 박근혜 후보

    이에 이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민관이 합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공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전일 태풍피해 현장을 다녀온 박 후보는 수해복구 지원과 관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금 정부에서 수해복구 지원을 위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기준 미달로 도움을 못받는 사각지대가 많다.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고 농어촌이 하루빨리 일어서도록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의 농어민들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 반값등록금, 양육수당 확대 등 대선공약 도움 요청

    박 후보는 민생경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대선공약과도 연결된 대학생 반값등록금과 0~5세 양육수당 확대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마련한 반값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해 보고 들은 현장 얘기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반값등록금 실현에 대한 굳은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어려운 현장 얘기를 들어보니,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뛰며 학업과 병행하면서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우리나라 미래의 기둥인 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하면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주는 정책은 꼭 추진해야 한다."

    이어 노동문제를 언급하며, 보육 문제를 꼭 해결해서 여성들이 역량이 사장돼선 안된다는 뜻을 밝혔다. "보육 문제를 꼭 해결해서 여성들이 마음놓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개인도 행복하고 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담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박 후보는 "0~5세 영유아에 대한 양육수당을 전계층으로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은 전계층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나 정부는 예산을 문제로 난색을 표하며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육료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지목한 상위 30% 가구도 대부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맞벌이 가구이다. 국가적인 과제인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 박근혜 후보

    "학생들이 어렵다는 것과 여성들이 자기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민생도 어려운데 정치권에서 민생경제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
     - 이명박 대통령


    ◈ MB "자원개발 약속…다음정부에서 (개발)하면 된다" 

    앞서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단독 회담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4분여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태풍 피해와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백악실에 먼저 와 기다리던 박 후보를 보자마자 "어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고 안부를 건네며 악수했다. 이어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면서요"라고 박 후보의 근황을 물었다.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라는 박 후보의 답에 이 대통령은 "호남하고 충청이 피해가 많던데…"라고 했다.

    박 후보는 "다 무너지고 처참했습니다. 1년 농사를 지은 건데 폭염과 가뭄 속에서 간신히 수확기를 맞았지만 다 무너지고 농민이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바람이 불고, 낙과도 생기고...추석 앞두고 걱정입니다. 빨리 복구해야죠"라고 밝히자 박 후보는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자리에 앉고 나서는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주제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 후보가 "며칠 후 해외 순방을 가신다면서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그린란드를 갑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가는 것이죠"라고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거기가 한반도 크기의 17배이에요. 그런데 지금 기후변화 때문에 빙하가 다 녹아서…. 온갖 자원이 있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하고, 북극항로 협약도 맺고 올 겁니다. 북극으로 거쳐오면 시간이 단축될 겁니다.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됩니다."

    양측 회동에는 청와대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 이달곤 정무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이, 당에서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 등이 회동 초반 잠시 배석하고 곧바로 퇴장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날 회동에 대해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무를 훼손한 것 아니냐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과 특정 정당 후보가 만나서 공약을 들어주는 대화가 오간 것이다.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선거법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

    청와대는 야당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고 회동을 요청해 온다면 흔쾌히 응할 것이라며 선거법 훼손이 아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