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에 직접 방문, 일산 초등생 유괴 당시처럼경찰 치안에 일침, “총력 기울여 범인 잡아라” 수사 속도 ‘급물살’
  •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전 굳은 얼굴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을 달려갔다.

    청와대와 지척거리이긴 하지만, 행안부 소속인 경찰청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일은 그동안 그리 많지 않았다. 취임 초기 ‘일산 초등학생 유괴 사건’ 당시 일산경찰서를 달려가 경찰서장을 혼냈던 그 때의 모습이었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습이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 전남 나주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최근 발생한 강력사건과 관련해 민생치안 점검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나주 사건 등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 전남 나주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최근 발생한 강력사건과 관련해 민생치안 점검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나주 사건 등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용 경찰청장을 만난 이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나주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상황 보고를 받았다.

    “국민께 심심한 위로를 표하고 가족에게도 위로를 보낸다. 정부를 대신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책이나 정무적인 일에 대해서는 좀처럼 ‘사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 이 대통령이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했다.

    “(태풍) 피해복구가 되기 전에 피해가 많았던 나주에서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있어서 국민에겐 큰 충격이라고 생각한다. 치안강화를 국정 최우선에 두겠다. (경찰은)빠르게 범인을 체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달라.”

    지난번 일산 사건처럼 경찰의 부실 대응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다소 절제된 목소리였지만, 경찰의 치안 문제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말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급한 것은 일선 경찰들이 정말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일한다는 정신적 재무장이 필요하다.”

    김 경찰청장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가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또다시 흉악범죄가 재발하자 다시 한 번 긴장을 줘야한다는 생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 ‘묻지마 범죄’가 학교 앞에서나 길거리에서 발생했지만, 가정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 ▲ 전남 나주 초등학교 여자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전남 나주 초등학교 여자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치안 강화를 위한 아낌없는 예산 지원도 시사했다.

    “요즘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갖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보고가 있었지만 경찰청의 인력보강 문제, 민생치안의 예산문제도 있다.”

    “근본적 문제에서는 음란물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하는 환경도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이를 신속하게 정부와 정치권은 협력해나가야 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 이 사건을 보고받고 청와대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해 각별히 신경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나자 책임감과 미안한 마음을 전한 것.”
     - 청와대 고위관계자

    한편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경찰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나주경찰서는 사건의 용의자로 이웃 남성(25)을 지목하고 추적 중이다. 이 남성은 피해자의 어머니(37)와 잘 알고 지냈으며 사건 전날인 29일 밤 인근 PC방에서 피해자의 어머니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의자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지만, 최근까지 피해자의 집과 300m 떨어진 곳에서 머물렀으며 사건 발생 후 행방을 감췄다.

    경찰은 B씨를 붙잡아 29~30일 행적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