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태풍특보, 28일 오전 9시 전남 서해상 접근2003년 매미 이후 처음으로 초·중학교 전면 휴업
  • 초강력 태풍 볼라벤(BOLAVEN)이 북상하면서 광주·전남 재난 당국과 시민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27일 오후 4시를 기해 고흥, 보성, 여수, 광양, 순천, 장흥, 강진, 해남, 완도, 진도 등 남해안 인근 전남 10개 시·군의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대치했다.

    기상청은 전남 동·서부 남해 앞바다와 남해 서부 먼바다의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대치했다.

    기상청은 또 오후 3시를 기해 전남 나머지 12개 시·군과 광주에 태풍주의보를 발표했다.

    같은 시각 전남 북·중·남부 서해 앞바다에도 태풍주의보가 내려져 내륙과 해상을 포함한 광주·전남 전역에 태풍특보가 발효됐다.

    목포 21개 항로 33척, 여수 16개 항로 24척, 완도 13개 항로 23척 등 전남 50개 항로 80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광주공항은 오후 3시 15분 이후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여객기 13편을 결항했으며 28일 오전 7시 15분 첫 비행기도 결항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개통한 목포대교도 27일 오후 10시부터 28일 정오까지 통제된다.



    ◇자치단체·해경 `한마음' = 전남도는 휴일인 지난 24일 태풍 대비 도지사 특별지시 1호를 발령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인명피해 최소화, 피해 위험시설 관리 철저, 공무원 비상근무, 시군 현황 점검 등을 지시했다.

    도는 산사태 위험 지역(13곳), 급경사지(1천290곳), 재해위험지구(195곳)와 축대·옹벽 붕괴, 절개지 낙석 우려가 있는 곳을 일제 점검했다.

    도는 범람 우려가 있는 농·배수로를 점검하고 비닐하우스, 노후 축사, 수산 증·양식시설에 대한 보강작업도 유도했다.

    목포·여수·완도 해경은 해상교통 문자방송(NANTEX), 해상교통관제(VTS) 방송 등으로 항해하는 선박에 태풍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경은 출항한 어선을 안전한 해역으로 대피시키고 여객선 통제, 갯바위와 방파제 등 위험지역 순찰도 강화했다.



    ◇행사 취소·연기, 초·중학교 휴교 =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28일 오룡관에서 열기로 한 `제2회 과학기술인과 함께 하는 필통(必通)톡(Talk)' 행사를 연기했다.

    이 행사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태풍의 진로 등을 파악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광주지방기상청도 같은 날 예정된 기후변화와 지역경제포럼을 연기했다.

    지난 25일 개막한 대한민국 산림박람회도 3일 앞당겨 26일 폐막했다.

    이밖에 목포시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 회의, 신안군수의 작은 섬 방문, 해남군 다문화 가족 유적지 탐방 등 자치단체 행사도 태풍피해 예방활동 등을 이유로 연기 또는 취소됐다.

    광주와 전남 교육청은 28일 하루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휴업하고 고등학교는 휴업 또는 등하교 시간 조정을 교장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휴교 대상은 전남 1천230여곳, 광주는 500여곳이다.

    그동안 자연재해로 지역 각급 학교에 제한적 휴업조치가 내려진 적은 있으나 고등학교를 제외한 전면 휴업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처음이다.



    ◇여수·가거도 "또 한번 악몽은 없어야" = 2003년 태풍 `매미'로 7명이 숨지고 2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여수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 지역에는 지난 23~24일 300㎜의 집중호우로 침수사태를 빚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폐막한 여수박람회장은 초속 40m의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볼라벤의 위력이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굴지의 석유화학기업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 기업들도 침수, 정전에 대비해 전기시설 점검, 도로변 정비 등에 온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태풍 `무이파'로 방파제 480m 가운데 220m가 심하게 파손된 국토 서남단 가거도 주민의 불안감도 이에 못지 않다.

    주민들은 해수 유입을 막으려고 모래 포대 등으로 임시 벽을 쌓는가 하면 음식점 등은 물을 가득 담은 대형 물통을 설치해 강풍에 대비했다.

    박원호 신안군 가거도출장소장은 "이번 태풍이 강력한데다 무이파와 진로도 비슷해 주민 모두 크게 긴장하고 있다"며 "모든 조처는 다 했고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형 건설현장 조업 중단 = 대형 건설현장도 조업을 중단하고 피해예방에 나섰다.

    광주 동구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공사현장에서는 안전막에 구멍을 뚫고 구조물을 묶어 강풍에 대비했다.

    공사장 주변에는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300t 용량의 가설 웅덩이를 파기도 했다.

    남구청 리모델링 공사와 북구 임동 야구장 신축 현장에도 직원들이 비상 근무에 나서 배수로를 정비했다.

    내년 4월 개막을 앞둔 순천 정원박람회장에서는 38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큰 나무를 중심으로 지주목을 받치고 철선과 로프로 기둥을 묶는 등 보강작업으로 분주했다.

    ◇태풍 진로는? = 이날 오후 3시 현재 볼라벤은 서귀포 남남서쪽 약 380㎞ 해상에서 시속 31㎞ 속도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45헥토파스칼(hPa)로 새벽보다 약해졌지만 최대풍속은 초속 45m로 여전히 강하다.

    볼라벤은 28일 오전 3시 서귀포 서쪽 약 130㎞ 해상을 거쳐 오전 9시에는 목포 등 전남 서해상으로 접근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북상하는 동안 세력이 조금씩 약해지겠지만 중심기압 최대 950∼960hPa, 최대풍속은 초속 40m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3시에는 강도는 `매우 강'에서 `강'으로, 크기는 대형에서 중형으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완도, 진도, 목포, 영광 등 서해안 지역은 만조위와 겹쳐 해안가 침수, 너울성 파도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광주·전남에는 밤부터 남해안에 비가 시작돼 28일까지 100∼200㎜,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등 많은 곳은 300㎜ 이상 내릴 것"이라며 "강풍과 호우 피해가 모두 예상되니 앞으로 발표되는 태풍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