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김정일이 사망했을 당시 TV를 통해 북한이 스스로 발표하기 전까지 국정원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해임 사실과 그 이유, 후임에 대해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야당과 좌파 언론들은 일제히 국정원 정보력이 엉망이라며 큰소리들 쳤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보력을 문제 삼아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북정보력은 대체 왜 이 모양이 됐을까?

    답은 10년 좌파정권이 햇볕정책을 펼치며 붕괴시킨 휴민트(HUMINT)에 있다. 휴민트는 소위 북한 사람들과 직접 접촉을 하며 정보를 얻어내는 인적 정보망을 말한다.



  •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불법송금이나 하고 국정원 대북전담분야 예산을 팍팍 깎아대는 동안 전담부처와 전문요원은 씨가 말라갔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이른바 ‘총풍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북 정보망의 실체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북한과 맞닿아 있던 대북전문가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보기관이 자신의 요원을 공개하는 흑금성 사건까지 일어났다. 북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국내인사 상당수가 이후 제거됐다.

    ‘북풍’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 겁났던 것인지 몰라도 김대중 정부는 1998년 ‘구제금융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을 이유로 국정원 내부 직원 581명에 대해 재택근무 발령을 냈다. 이 가운데 사직서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1999년 3월 직권 면직한 바 있다.

    이때가 결정적이었다. 기무사와 경찰, 검찰의 대북전문가 수천명이 모두 옷을 벗었는데 이때 휴민트 조직도 거의 모두 잘라져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때는 외교기밀문서가 여과없이 공개되는 사례가 잦았다. 북한에 정보 유출자가 대거 노출되는 상황이 계속된 거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들이 북한에 광케이블을 깔아줘 무선 통화에서 가능한 감청이 어려워진 것도 한 몫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10년동안 대북 인적 네트워크는 사실상 씨가 마른 상황이다.

    북한에 물자나 보내주고 아부하던 시대다. 생각해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 간첩을 잡았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없고 결과적으로 안철수 원장 같은 이들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느냐”는 말을 하게 됐다. 참 순진무구하다.

    이 진실을 민주당 등 야당은 현재, 철저히 숨기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바로 현 정부의 대북정보 능력 부재만을 열심히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보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사실 90년대 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대북 정보능력은 감탄할 정도였다. 19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탈북에 이어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장승길의 미국 망명 등이 그 예다. 북한에 대한 최고급 정보가 없었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휴민트 붕괴의 시작인 1997년 한국 대선 총풍사건은, 실은 돌려 얘기하면 우리의 대북정보망이 그토록 우수했다는 반증이다.

    과거 1999년 김대중 정권 시절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은 기자들에게 사석에서 ‘오프 더 레코드’(기사보도제한)를 전제로 김정일이 스위스 애인과 밤에 전화통화한 내용까지 들먹였다는 일화가 있다. 당시 국정원이 김정일의 전화통화까지 감청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랬던 국정원의 위상이 10년만에 이토록 달라졌다.

    혹자는 말한다. 이명박 정권은 왜 임기동안 복구 시켜놓지 못했냐고.

    수십년에 거쳐 구축해 놓은 국내외의 인적 정보망 ‘휴민트’가 하루 아침에 구축이 될 것 같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날아간 전문인력과 정보망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좀체 회복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임기내내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등에 업은 야당은 북의 무력도발까지 이명박 정부 탓이라고 잔뜩 견제하고 있는데 어찌 힘을 쓸 수 있었을까. 국회에 간첩출신 의원들이 줄을 선 마당이다. 웃기는 일 아닌가?

    고급인력들은 쉽게, 빠르게 만들어지지 않을 거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좌파정권때 무너진 휴민트에 대해 복구를 시작해라. 한참 돌아갔지만 말이다.

    일부 언론이나 여론의 대북정보력 비난 발언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하나하나 해명하다보면 정보원 노출을 비롯해 우리의 정보 체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거 포퓰리즘적인 행태를 보여온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는 다른 대목이다. 일시 욕을 먹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그것은 안보이고, 다른 건 모두 포기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정치권은 더 이상 국정원을 흔들지 말라. 어느 세력이든 국정원 축소를 주장한다면, 이는 반국가적(反國家的)이랄 수도 있다. 정치적 잇속을 위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국정원이 실패하면 그 결과는 엄청난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으니 세상 돌아가는 꼴을 잘 지켜보라. 국정원 그 우수하던 대북정보력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이 누군데 트집이고 호통을 친다는 말인가? 정보력 부재의 책임에 대해 현 정부를 지목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