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나 동물이 음식을 먹거나 물건 따위를 갖고 싶어서 자꾸 입맛을 다시거나 안달하는 것을 일컬어 ‘껄떡거리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이에 덧붙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먹을 것을 몹시 탐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껄떡쇠’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속된 표현을 빌려 보자면 이 여자 찔러보다 넘어오면 다행이고 안 넘어오면 저 여자 찔러보며 화끈하게 대시하지는 않고 변죽만 울리는 경우에도 껄떡댄다고 합니다.

    요즘 정치권에서도 유명한 껄떡남이 한 명 있는데요, 바로 안철수 교수입니다.

    지난해 9월 6일 60% 지지율을 가진 그가 5% 지지율을 가진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나서, ‘나는 이제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다. 본업으로 돌아간다’며 국민들 앞에 큰 소리 텅텅 치더니만, 나경원 후보의 추격이 무섭게 몰아치자 선거 이틀 남겨둔 10월 24일 편지 두 장 딸랑 들고 박원순 선거 캠프에 나타나서는 한다는 소리가, ‘선거 참여야 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저는 이른 아침 투표장에 나갈테니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박원순 지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그의 주특기인 잠수타기가 수 개월 동안 지속되다가 지난 4.11 총선 이틀을 남겨두고서는 느닷없이 앵그리버드를 들고나와서 기득권을 타파하자며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미니스커트 입고 노래 부르며 춤을 추겠다고 하면서 투표를 독려했는데, 실제 그 내용은 젊은 세력들에게 야당에 적극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얄미스러울 정도로 교묘하게 에둘러서 표현한 것이지요.

    그러고는 또 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라는 듣기에 다소 생소해 보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장래에 뭔가 크고 중요한 일을 하는 곳 같은 막중한 직함을 맡고 있는 그가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껄떡대기를 수 없이 반복하더니만 요즘엔 에세이집인지 껄떡쇠 완결판인지를 보여주겠다며 언론에 슬쩍슬쩍 흘리며 껄떡남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은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사표 던지는 길일(吉日)을 살피는데 유독이도 이 껄떠남만은 아직도 자신을 신비의 베일속에 숨겨놓고 간만 보는가 봅니다.

    안철수 교수에게 껄떡남이라고 놀려대면 억울해 하며 내가 언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느냐며 항변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를 껄떡남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진작에 출마할 마음이 없었다면 언론에 이름이 오를 내릴 때 정중하게 부정을 하며 본업에나 충실하겠다고 했어야 이런 껄떡남 소릴 안듣겠지요. 과학을 탐구한다는 그것도 원장씩이나 되는 교수가 에세이집이 아직 출간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언론에 흘리고 다니는지요. 그래서 껄떡남 소릴 듣는 것이지요.

    아마 모르긴 해도 새누리당으로는 안 올 것이고, 자기는 부전승으로 이미 준결승에 진출했다고 여기며 민주당, 통진당 등 야당내 경선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들과 준결승을 치루어 야권 단일후보로 박근혜 후보와 치열한 결승을 치루던가 아니면 계속 껄떡남으로 남아 앵그리 버드와 편지 몇 장 들고 다니며 측면 지원한 공로로 승리하면 총리 자리 하나 꿰차고 차기를 노려보는 수순을 밟지는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봅니다.

    어찌되었건 이제는 여야 대권 후보들의 면면이 다 드러나는데 아직 껄떡대기만 하는 우리의 껄떡남은 그 의중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신혼 첫날밤이야 껄떡대기만 하다 밤을 지새도 신부가 그러려니 이해를 해줄만도 하지만, 이웃집은 첫째 낳아 돌잔치 해먹고 벌써 둘째 갖었다고 자랑하며 다니는데, 아직도 문전에서 계속하여 껄떡대기만 하면 이혼사유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껄떡대기만 하면 처음에는 설레이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하겠지만, 들이 댈 때 들이대지 않고 계속하여 껄떡대기만 하면 이내 피로감이 몰려와 짜증이 나고 결국엔 찢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21세기의 지구촌을 움직여나갈 주요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최소한도 반년 정도는 자신을 검증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일턴데 5개월 남은 아직까지도 껄떡대기만 하는 껄떡남은 이제 정치 무대에서 조용히 내려와 자신이 본업이라고 했던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그 자신을 위해서도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