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간 '안철수의 생각' 출간… 부제는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안철수 현상,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 내가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
  •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

    19일 발간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 책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음과 같은 그의 글을 봐도 그가 대선 출마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ㆍ11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우회적 화법은 책에서도 그대로다. 하지만 이를 직설적 화법으로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이 간단하다.

    "지지했던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대선에선 꼭 승리해야 한다. 직접 출마를 해서라도…."

    책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대학원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쓰여졌다.

    안 원장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공교육의 붕괴와 학교폭력·언론사 파업·강정마을 사태 등 사회 쟁점에 대한 견해, 복지와 정의와 평화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비전과 통찰, 그리고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왜곡된 비판에도 대해서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이런 공격이 무서워서 할 일을 피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 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진정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안 원장은 우리사회의 과제를 정의롭고 공정한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 정책으로 손꼽았다.

    '복지를 늘리면 남유럽처럼 재정 위기를 겪게 된다'는 주장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의 정의 문제는 경제 민주화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재벌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고위공직자 수사처 신설 등 권력 분산,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기업 낙하산 인사 차단 등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일을 '사건'으로 보는 관점에서 '과정'으로 보는 관점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 경제협력모델 확대 등을 제안했다.

    다음은 ‘안철수의 생각’ 서문 전문이다.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2011년 9월 2일이었다. 전날 밤 나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는 기사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그다음 날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현장은 취재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눈앞에서 그처럼 많은 플래시가 터지는 것은 생전 처음 봤다.

    사실 그때 나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생각을 막 시작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언론은 90% 진도가 나간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 과거에 내가 기업가나 교수로서 기술과 경제 이야기를 나누던 언론인들과 달리 정치 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훨씬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숨은 의도도 없고 에둘러 얘기하지 않는 내 말이 다르게 전달돼 난감할 때가 많았지만, 한편으론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한 후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일에 매진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치권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울림통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무엇을 얻거나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제3당을 만들라거나 4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라는 말씀들에 응하지 않았다.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진로에 대한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비교적 ‘짧고 깊은 고민’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정치 참여 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의 결정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 삶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 문제는 국가 사회에 대해 너무나 엄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가 가진 생각이 그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내가 그럴 만한 최소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분들께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그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업 현장에서, 학교에서,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청춘콘서트를 포함한 대화의 자리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그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함께했다. 내 딸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가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토론과 고민의 결과들이 담겼다.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다.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장차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분들께서 꼼꼼히 읽어주시고 허심탄회하게 조언과 비판을 해주신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학기말과 겹쳐서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대담작업을 맡아주신 제정임 교수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과 정성을 다해주신 김영사 박은주 사장님과 편집 관계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2년 7월 안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