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걸고 유학가는 북한 유학생

    염미화 기자 /뉴포커스

    최근 한국 유학의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1년 어학연수는 사회생활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그 이상 외국에서 체류하는 유학생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점의 베스트 셀러 코너를 가봐도 한켠에는 유학에 대한 길잡이 책이 항상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에서 유학은 '하늘의 별따기'

     남한에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한 글자의 외국어라도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고 싶어서 유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유학은 이념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목숨까지도 담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유학이 강제성을 띤다면 누구든 학습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북한에서 해외 유학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렵다. 일단 출신성분이 좋아야 하고, 공부는 두 말 할것도 없이 잘해야 하며, 키는 165cm 이상이 되어야 그나마 1차적인 자격 조건에 만족할 수 있다.

     더불어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위원장과 대학 당 세포비서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대학 총장과 대학 당위원회 책임비서가 연대책임 보증을 서야 한다.

     위 절차를 통과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신원조사를 통해 가족관계에 대해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또한 신체검사에도 통과해야 하고, 6개월간의 집중 교육 후 어학 시험을 거쳐 마지막으로 신원조회가 끝나야 유학이 결정된다. 정말 왠만한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합격하기 힘든 것이 북한의 유학제도이다.

     하지만 여기에 가장 중요한 조항이 한 가지 더 추가되는데 바로 기혼자에 부부금슬이 좋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혼자는 애초에 탈락이 정해져 있다.

     


  • ▲ 시베리아 교통대 북한 유학생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gosu1127)

    기혼자에 부부금슬이 좋아야 한다는 조항에 북한만의 잔인함이 숨어있다.
    이는 유학 중 망명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정신적인 올가미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금슬은 해당 거주지의 인민반장이 확인해 주는데 실제로는 인민보안성에서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는 외국으로 나갈 때 해당거주지 인민반장의 보증서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현재 가족이 화목하게 살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버리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인민반장이 보장해 주는 믿음의 서신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유학 중 가족을 감시해야 한다는 북한 권력층의 심리적인 압박도 한 몫하게 된다.

     유학이 가족의 목숨만을 담보로 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통과 절차를 걸쳐 유학에 합격하여 비행기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방학 또는 졸업 후 북한으로 돌아가면 한 달 동안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지독한 사상 검열에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조금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다시는 유학의 길에 오르지 못하고 정치범 수용소로 떠나게 된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유학은 자신의 인생과 목숨까지도 담보로 해야 하는 굉장히 위험한 여정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유학생은 사상과 체력, 학습능력에서 자국 내 최고의 엘리트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담보로 미래를 보장 받으려고 노력하는 소시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가진 북한의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간다면 권력층과 인민들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게 될까. 이미 유학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가족을 담보로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한 문제가 비도덕적이며 몰상식적이라고 생각조차 못하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북한 입장에서는 너무나 밝은 미래일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북한이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