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붉은광장의 대리석 묘에 안치된 블라디미르 레닌 유해를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워싱턴타임스 인터넷판은 러시아의 새 문화부장관이자 저명 역사학자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가 최근 레닌의 시신을 매장하고 붉은광장의 묘지를 소비에트 시대의 박물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딘스키는 지난달 말 "나는 늘 시신이 땅에 맡겨져야 한다고 믿어왔다"며 "레닌의 친인척들도 그의 시신을 묘에 두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닌의 시신을 매장하고 나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상징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딘스키는 통합 러시아당 소속 의원으로 일할 때에도 정당 홈페이지에 "레닌은 극단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인물"이라며 "러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한 묘에 그가 중심적 인물로 자리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볼셰비키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소련을 건설한 레닌의 시신은 지금도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의 대리석 묘 안에 방부 처리된 채 안치돼 있다.
소련이 무너진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스크바에만 레닌 동상 80개 이상이 남아있는 등 러시아의 일상 곳곳에 레닌의 흔적이 묻어있다.
레닌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 매년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처럼 영향력 있는 인사가 공개적으로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확히 언제 이장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암시하지 않았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레닌 유해 매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통합러시아당은 레닌 사망 87주년을 전후해 진행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27만명의 응답자 중 70%가 유해 매장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공산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산당 측은 통합러시아당이 실시한 설문에 대해서 공산당 지지자의 상당 수가 연금수령자거나 인터넷 사용이 덜 보편화된 시골 지역 거주민이기 때문에 결과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공산당 겐나디 쥬가노프 당수는 해당 논란에 대해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들에 의해 이미 결정된 문제"라며 "소비에트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하거나 축소시키려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러시아 연방의 통합을 저해하려는 시도로 간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