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율 0%인 평양, 그 속내는 '헉' ---
    사랑보다 생존이 우선인 평양 부부
    염미화 기자 /뉴포커스

    ‘사랑과 전쟁’이라는 TV프로가 새로운 형식으로 재등장할 만큼 한국에서의 그 인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갈등의 사례들을 보여주며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하는 이 프로는 서양의 높은 이혼율을 비웃던 한국이 지금은 동양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는데 일조하는 사례들을 여실없이 보여준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거의 비슷비슷하겠지만 만약 북한에서 이같은 프로가 진행된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질까. 북한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라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득 채워질 것으로 점쳐진다.

     합의 이혼 숙려 기간이 3개월인 한국에 비해 북한 평양에서는 1년이다. 오랜 심사숙고의 시간이 지나도 이혼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우선 지방으로 이주를 시킨 후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이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양과 헤어지게 함으로써 평양시민 자격을 박탈하고 그들이 말하는 성스러운 도시 평양에 흠집을 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북한주민에게 평양시민이란 자격은 대단한 특권이다.
    지방 주민이 쌀 걱정을 할 때 평양 주민은 외식장소 고민을 한다. 일정한 직업과 지방에 비해 풍요로운 환경 등 기본적인 생존권이 보장되는 곳이기에 이혼을 한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북한의 부부 중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심지어 바람을 피더라도 혼자서 가슴앓이만 할 뿐 쉽사리 이혼이란 말을 꺼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생활 4년째인 탈북자 이 모 씨는 “아내가 바람 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방으로 쫓겨나기 싫어서 매일 술을 마시던 친구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아내에게 '이혼할 배짱도 없는 놈'이란 소리까지 듣게 되는 경우도 봤다”며 혀를 찼다.

    이 같은 탈북자의 증언처럼 평양에 사는 부부 중에는 평양 시민권을 빌미로 노골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영어표현 중에 '리노로 가자(Let's go to Reno)'란 표현이 있다. 라스베가스 옆의 리노라는 곳에서는 이혼을 쉽게 할 수 있다. 결국 이 말은 '우리 이혼하자'는 의미이다. 평양에서 이혼하고 싶을 때는 “우리 지방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