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이 한강 이북에 잔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북한이 이번 미군의 판단에 얼마나 속쓰려 하고 있을지. 우리로서는 당장 맨 몸으로 빗길을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우산을 받아 쓴 셈이다.

    거론되고 있는 잔류부대는 의정부와 동두천에 자리한 1만 5천여 명 규모 미 2사단 전력으로, 보병과 전차, 포병연대로 구성된 전투단, 공격헬기와 수송헬기로 무장한 항공여단, 다연장로켓 2개 연대 등이 있는 포병여단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전작권 이양 등 한반도 방어에서 점진적으로 발을 빼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결국 한·미 양국은 평택 미군기지가 완공되면 2016년까지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을 모두 이전시킬 방침이었다.

    북한이 연일 강도 높은 도발과 협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 안보에 어느때보다 열을 올려야 할 이때 선거철을 맞아 정국은 혼란하다.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미군의 판단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한을 3년 앞두고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었다.

    미군이 불편하게 여기는 ‘인계철선’ 논란에도 전방 부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北공격 때 신속 대응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전문가는 전작권 전환에 맞춰 미국이 점차 한반도에서 발을 빼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정황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더라도 한미연합사는 존속시키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해 오기도 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남침시 미군이 사망하면 미국은 자국의 공격으로 간주, 미의회 승인없이 전쟁에 자동개입해 한국을 도와주도록 해 놓았다. 이를 미군의 자동개입을 위한 장치, 즉 ‘인계철선’이라 한다.

    과거 미2사단은 휴전선 근처 여러 기지에 분산배치돼 최전방에서 한국방어를 책임져 왔다.

    다시 말해 미2사단의 최전방 배치는 북한 입장에서 미2사단 병력을 모두 죽여야 서울로의 진격이 가능하고, 미군을 죽인다는 것은 곧 미국과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남침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3년 노무현은 민주평통 자문회의 당시 느닷없는 발언을 했다.

    “(미국인이 최전방 경계를 서는)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미국) 군대를 가지고, 왜 우리 안보의 인계철선으로 써야 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한국인)가 흘려야지요.”

    천문학적인 이전비를 세금으로 써가며 미2사단을 한강 이남인 평택으로 이전시켜 인계철선을 해체시켜 버리고, 미2사단이 떠난 최전방에 한국군을 배치하겠다는 얘기다. 이른바 '자주국방론'이다.

    '자주국방'은 물론 중요한 얘기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그의 선택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재정적, 군사적 현실을 무시한 생각이었다. 시간을 두고 갖춰나가야 할 중요한 일을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처사였다.

    결과론적으로 북한이 핵을 준비하고 있을 때 노무현은 한미 군사동맹 축소와 해체를 주장하고 있었던 셈이다. 인계철선 해체 요구는 사실상 대한민국의 안보를 무장해제시키는 최악의 정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따지고 보자. 미군이 빠져나가면  우리의 안보에 구멍나고, 군사비 부담이 커지는 한편 더 많은 북한의 도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핵무장부터 천안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도발행위는 따지고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무모한 군사안보정책들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노무현대통령이 장갑차 사고로 희생된 여중생의 불행을 정치적으로 터무니없이 매도하고 호도한 잘못된 판단이 낳은 결과다.

    자존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실제로 전적인 휴전선 방어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 우리 능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안보의 공백과 늘어난 운영 유지비 부담 뿐이다.

    어찌했든 이번 미군의 한강 이북 잔류 소식은 우리에게 한반도 전체의 안보의 안정성을 더했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유럽 경제위기의 발화점인 그리스의 숨통을 조이는 공공지출 중 가장 출혈이 컸던 부문이 군사비였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던 게 사실이고, 이를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에 대한 재투자가 가능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미군의 판단은 대내외 경제적 악재에 대항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과의 군사적 결합이 강력할수록 외교적-국제적으로도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등의 도발로부터도 방어벽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종북 논란이 사회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그들 종북의원들의 첫번째 의정활동은 이런 미군의 젇책 변경 가능성에 강력한 태클을 거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나라를 잃고 나서 그 어떤 정책이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안보가 전제되지 않은 정쟁과 국론분열은, 우리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모두 한강 이북의 미군 잔류에 동의하고 지지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