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 추첨 통해 150명 선발초·중학생 각 1명 포함 논란 현장의견 반영은 순기능, 시 관계자 “운영과정 지켜보며 개선점 찾을 것”
  • ▲ 지난해 9월 서울 금천구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제 교육.ⓒ 사진 연합뉴스
    ▲ 지난해 9월 서울 금천구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제 교육.ⓒ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면서 공개추첨을 통해 선발한 150명의 위원 중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청소년 및 아동과 관련된 주민제안 사업에 앞서 이들의 눈높이에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순기능은 있다.

    그러나 의견 반영을 넘어 시민의 혈세가 쓰이는 사업에 10대 학생들이 심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는 공개추첨을 통해 주민제안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와 심사를 맡을 주민참여예산위원 150명을 선발했다.

    시에 따르면 예산위원 공모에는 모두 1천664명이 지원해 11: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는 신청자를 34세 이하, 35~49세 이하, 50세 이상의 세 그룹으로 나누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위원을 선정했다.

    그 결과 34세 이하 그룹에서 초등생과 중학생 각 1명이 위원으로 선정된 것.

    최연소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서지민 학생이며 최고령자는 올해 73세의 한상훈(강서구 거주)씨다.

    “어린이 시민으로서 시민의 건강, 어린이, 노약자를 위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심이 많아 신청했다” - 영서초 6학년 서지민 학생

    “시민의 한 사람으로 시정 운영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중학생이지만 내가 태어났고 앞으로 살아갈 서울시 발전을 위해 참여하고 싶다” - 성신여중 3학년 박현민 학생(종로구 거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서울시 건설에 관심이 있다” -최고령 예산위원 한상훈씨

    선정된 위원들은 앞으로 시가 운영하는 6시간 과정의 예산학교에서 예산 심사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과 주의사항 등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들의 주요 역할은 크게 두 가지. 주민제안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와 사업우선순위 선정 및 예산 심사다.

    초, 중학생이 예산심사를 하면서 제대로 된 가치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다른 곳과 달리 초등생에게까지 문호를 넓인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자는 취지로, 허울뿐이 아닌 실질적인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을 위해서는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했다”

    “가장 중요한 사업우선 순위를 분과위원들이 아닌 전체 모든 위원들의 투표로 정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처럼 예산 심사의 전문성이나 공정성을 해하는 일은 없을 것”

    이번에는 두 명이지만 앞으로 10대 예산위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예산위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주민참여운영위원회가 제도 운영과정을 지켜보면서 개선점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사실상 처음 제대로 된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려고 한다. 선례도 없고 처음이라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이 제안한 사업을 그들이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심사한다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이해해 달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모두 250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추첨으로 선발한 150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명은 서울시와 시의회, 비영리 시민단체, 25개 자치구 주민참여예산위가 각각 25명씩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