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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아니냐" -변호인
"사건의 책임을 북한에 물어야지 왜 자꾸 북한을 비호하는가" -최원일'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을 은폐·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웹사이트에 올려 사건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10차 공판이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524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증인에는 전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45·현 해군교육사령부 기준교리처장)이 섰다.
천안함 폭침 이후,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조용히' 지내왔던 그이다. 적군들로부터 '전우'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아픔이 컸다. 그가 증인으로 나서길 결정한 데는 "천안함과 먼저 간 전우들, 유가족, 생존 장병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조사결과 후 "최 중령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최 중령은 스스로를 죄인으로 취급하며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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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천안함 좌초설 명예훼손 공판에 증인 출석을 마친 후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 함장은 "당시 왜 배에 남으려 했느냐"는 신 대표 측 변호인의 질문에 간단히 응답했다.
"많은 부하들이 보이지 않아 배와 함께 하려고 했다. 더이상 말하기 싫다."
그는 이어 변호인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보험금 타려고 자작극 했다고 하면 어느 가장이 가만히 있겠느냐?"
신 대표 측 변호인들의 질문에 답하며 당시 기억이 떠오르는 듯 여러차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군인이었다.
변호인이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호통을 치기도 했다
"사건의 책임을 북한에 물어야지 왜 자꾸 북한을 비호하는가. 이러니 자꾸 도발하는 것 아니냐!"
변호인들이 "천안함의 소나(음성탐지장치)가 탐지할 수 있는 어뢰의 주파수 대역이 얼마인가"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포착해낼 수 있는가"라는 등 안보와 직결되는 질문이 잇따르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날 공판을 방청하던 유족들이 신 대표의 변호인에게 항의해 퇴정 명령을 받았다. 발단은 변호인이 국방부의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 게재된 피격 적전 천안함 CCTV 화면을 내밀며 "화면에 나온 병사들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요청한 데서 비롯됐다.
이때 최 전 함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숨진 장병들의 실명 언급을 피했으나 변호인 측은 실명을 특정해 주길 요구했다.
감정이 북받친 듯 최 전 함장은 얼굴이 상기됐으나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대신 재판장에게 종이에 이름을 적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실명으로 특정해 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했다.
이에 한 유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변호인을 향해 외쳤다
"죽은 사람 가지고 뭐 하는 거야, 이 XX들아!"
이 유족은 재판장에게 퇴정 명령을 받고 법정 경위에게 끌려 나갔다. 다른 방청객도 "유족인데, 저도 나가겠습니다"고 스스로 밖으로 나갔다.
이때 변호인 6명 중 한 명인 심재환 변호사가 나섰다. 심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남편이다.
"재판장님, 재판 지휘를 제대로 해주시죠. 변호인들의 신변이 위협받는 이런 재판이 어디 있습니까. 신원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내보내시면 어떡합니까. 감치를 시켜야죠!"
그러나 재판장은 "신변 위협으로까지 보이지는 않는다"며 재판을 진행했다. 최 전 함장은 종이에 이름을 써 CCTV에 나온 장병들 신원을 밝혔다.
공판이 끝나고 취재진이 "소나 탐지 관련 질문에는 왜 대답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최 전 함장은 답했다.
"지금 그 소나로 작전하는 함정들이 있다. 군사 기밀을 어떻게 말하나. 정보가 적에게 넘어갈지 모르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