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전환'의 재현…군사행동→협상 압박 공식"이란 요청" 강조한 트럼프의 메시지 정치…주도권 프레이밍4~6주 전쟁 시계와 4월 종전 시나리오신뢰 붕괴 속 '유예 외교' 한계…반복 충돌 위험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전략이 '때리고 멈춘다'는 특유의 패턴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사적 타격으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한 뒤 곧바로 휴전 또는 유예를 선언하며 외교 국면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각)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을 '열흘간 유예'한 결정 역시 단순한 긴장 완화 조치라기보다, 군사행동과 협상을 결합한 '트럼프식 위기 관리 공식'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 공식이 구조적 불신 속에서 지속 가능한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세계의 시선은 '4월 종전'이 가능할 지에 쏠린다.

    ◇타격 직후 협상 … 트럼프, 전쟁을 '충격 이벤트'로 활용

    트럼프의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48시간 만에 휴전으로 선회했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 뒤 곧바로 휴전을 선언하며 외교전을 병행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이 공습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수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성과로 규정하고 협상 국면으로 전환했다.

    군사행동 자체보다 이후의 정치적 내러티브 구축과 협상 압박에 방점을 찍는 방식이다.

    실제로 백악관은 공습 직후부터 협상 채널을 가동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봤을 것"이라는 위협과 "지금이 평화의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며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했다.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 열흘 유예 역시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11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한을 미국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로 열흘 중지(pause)한다는 것을 알린다"고 밝혔다.

    유예 결정이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협상 주도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정치적 프레이밍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와 국내 여론을 향해 미국의 협상 우위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그는 동시에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발언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선제적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성과 선점 전략'도 병행했다.

    이는 전쟁을 장기전이 아닌 '충격 이벤트'로 활용하는 트럼프식 전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 호르무즈 해협 일러스트.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 일러스트. 출처=로이터ⓒ연합뉴스
    ◇4~6주 전쟁 시나리오 … 4월 종전 향한 시간표

    과거 사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성과와 별개로 승리를 먼저 선언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왔다.

    새로 설정된 시한이 4월 6일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날은 개전 이후 약 6주 차에 해당하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했던 전쟁 기간(4~6주)의 종료 시점과 맞물린다.

    미국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전쟁을 당초 설정한 기간 내에 끝내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5월 14~15일로 재조정된 미중 정상외교 일정까지 감안하면, 4월 내에 이란 문제를 일정 수준 마무리하려는 전략적 시간표가 뚜렷하다.

    국제유가 상승,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 등 정치·경제적 부담 역시 장기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열흘 유예'는 협상 진전을 위한 마지막 압박 구간이자, 4월 종전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진단이다.
  • ▲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화물선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화물선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종전과 재충돌 사이 … '열흘 유예' 이후의 불확실성

    그러나 '4월 종전'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이란 간 신뢰가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로 거론된다.

    이란 입장에서는 에너지 시설 공격만 유예됐을 뿐, 군사 옵션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전면 휴전 의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결정적 타격을 앞둔 전술적 숨 고르기 혹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미국 내부에서도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협상과 군사 행동이 병행되는 '이중 트랙'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구조적으로 '반복 충돌'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사 타격으로 협상력을 확보하고, 이후 휴전 또는 유예로 전환하는 트럼프의 패턴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 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 간 갈등은 재발할 공산이 크다.

    즉, '때리고 멈추는' 전략은 갈등을 당분간 관리할 수는 있어도 종식시키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관건은 열흘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양측이 실질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협상 테이블로 상대를 끌어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최종 합의의 내용과 이행을 담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4월 종전 시계는 분명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종착지가 '완전한 종전'인지, 아니면 또 다른 휴전과 재충돌의 반복인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