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역 발굴 6·25전쟁 국군전사자 유해 봉환휴전이후 최초 사례, 최고 예우를 갖춰 맞아
  • “18살 나이로 총칼을 들고 북한군과 싸웠던 故 김용수 일병, 사랑하는 아내와 4살·7살배기 남매를 뒤로 하고 전장에 뛰어들었던 故 이갑수 일병…”

    6·25 전쟁 당시 북한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숨진 이들이 62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비록 유해로 밝은 고향땅이지만, 이들은 그토록 그리던 가족들을 만났고 국립 현충원에 묻히는 안식을 찾게 됐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국가가 책임진다.”

  • ▲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장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등 군계자들이 25일 공군 특별기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국군 전사자 유해 봉영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장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등 군계자들이 25일 공군 특별기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국군 전사자 유해 봉영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뉴데일리

    25일 오전 8시 20분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장관, 서먼 美 연합사령관 등이 서 있는 곳으로 공군 C-130 수송기가 도착했다.

    6·25전쟁 당시 미군에 배속(카투사, KATUSA)됐다가 북한지역 전투에서 전사한 총 12구의 유해가 실린 수송기다. 미국이 북한과 합동으로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유해들이다. 12구 중 김용수 일병과 이갑수 일병은 신원이 확인된 덕분에 유가족을 찾았다. 국방부는 나머지 10구에 대해서도 신원을 확인 중이다.

    “60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한국에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다.”

    이날 한미 양국의 유해봉환식은 태극기와 국방부기, 육군기, 유엔기, 성조기 등으로 구성된 기수단이 늘어선 가운데 최고의 예우를 갖춰 전사자들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의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라 위해서 목숨 바친 분들이다. 여러분들의 삼촌이고 형이고 동생이다. 그때 나가서 목숨 걸고 싸워서 이 대한민국이 지켜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없어졌거나 곤경에 빠졌을 거다.”

    “여러분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좋다. 나라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돌아가신 (분들의 후손이다). 국가도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그런 생각을 더 가져야 한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공군 특별기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국군 전사자 유해 봉영 모습을 지켜보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공군 특별기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국군 전사자 유해 봉영 모습을 지켜보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뉴데일리

    김관진 국방장관이 “어떻게 보면 전쟁 이후의 첫 케이스다. 북한에서 전사한 분들을 모셔다 안장한 제1호로 엄청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온 것도 처음”이라며 거들었다.

    신원이 밝혀진 김용수, 이갑수 일병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1933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 일병은 18세의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해 7사단에 배속되어 북진하다가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유족들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운동가로 활동하신 부친 김인주 선생의 영향을 받아 정의롭고 애국정신이 투철한 청년이었다고 했다. 작년에 숨진 형이 생전에 동생의 유해를 찾겠다며 유전자(DNA)감식용 혈액을 채취한 것이 신원 확인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191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이 일병은 34세의 늦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4살, 7살이던 어린 두 남매를 뒤로하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 하갈우리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아들 이영찬(66), 딸 이숙자(69) 씨가 그리던 아버지와 헤어진 지 62년 만에 유해를 맞이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인 박신한 대령은 “비록 우방인 미국에 의해 발굴되었지만 미완의 과제인 북한지역에 남아 있는 나머지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함께 싸운 한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신원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미측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