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다" 토로..美 "문제해결에 사의"
  •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19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고향인 산둥성 시골 마을 이난(沂南)현 둥스구(東師古)촌에서 지난달 22일 탈출을 감행한 때로부터 27일 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천광청과 그의 아내, 두 자녀를 태운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 88편 항공기는 오후 6시(현지 시간)께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을 이륙해 뉴욕 인근 도시 뉴어크(Newark)로 향했다.

    지난 2일 미국 대사관에서 나와 베이징 차오양(朝陽)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천광천은 이날 오전 중국 관리들로부터 "짐을 챙기라"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천광청은 지난 16일 자신의 병실에서 출장을 나온 산둥성 출입국관리국 소속 공안에게 여권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에서 여권 처리 기간이 근무일 기준으로 15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3일 만에 매우 신속히 여권이 발급된 것이다.

    중국 관리들은 이날 공항에 도착한 후 출국이 임박해서야 천광청과 가족에게 여권을 건넸다.

    중국 당국은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서인 듯 출국 직전까지 천광천과 그 가족에게 행선지와 비행기 시간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이날 천광청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천광청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기 위해 천광청과 그의 아내, 2명의 아이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눌런드 대변인은 "우리는 천광청의 오늘 오후 미국 도착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천광청의 희망을 지원하고 그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을 떠나는 천광청은 자신의 바람이 성사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고향에 남은 친족들에 대한 걱정과 중국의 인권에 대한 우려로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출국 직전 AP통신과 전화에서 중국을 떠나는 것과 남은 친족들에 대한 걱정 등 가슴에 담아둔 많은 것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천광청의 탈출 이후 그의 형 가족은 가택 연금 조치를 당했으며 특히 그의 조카 천커구이는 사복 경찰과 몸싸움을 한 뒤 지난 10일 '살인 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천광청은 자신의 지지자와 인권 운동가들을 향해서는 "나는 중국을 떠나는 것을 요청한다"며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광청은 미국에 도착한 뒤 뉴욕대에서 법학 공부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대학에서 초청장을 받은 상태로 미 국무부는 천광청과 그의 가족들이 미국을 여행할 수 있는 입국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