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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밥상에 나온 반찬들이 또 저녁상에 내놓아지는 걸 보면서 느끼는 짜증, 식상함. 젓가락 들어보고 싶지도 않게 하는. 식욕 감퇴! 새누리당이 총선 끝난 뒤 처음으로 국민 앞에 내놓는 원내대표 이한구·정책위의장 진영 카드에 갖게 되는 소회다.
총선 땐 새누리당으로 개명(改名)하고 27살 청년 불러들여 뭔가 감동 줄만한 정치 할 듯하더니, 완전히 ‘도로 한나라당’! 새 주류 친박계의 첫 작품이 고작 친박계 일색의 집안 잔치. 이게 무슨 감동을 주겠나? 이걸로 2040세대 끌어들이고 수도권 공략하겠다?
이한구? 진영? 어떤 인물들인가. 입에 은수가락 물고 태어나 일류 고등학교·대학 나와 박사니 판사니 승승장구하다가 이회창 한나라당 때 정치 시작했던 ‘이회창 스쿨’의 충성스러운 멤버들.
이회창의 퇴조로 권력지도가 박근혜로 옮겨가자 친박계로 바꿔 탔을 뿐 기본적으로 모두가 이회창 체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헝그리 정신’이 체질적으로 빈약한 ‘범생이’들! 인생과 정치역정 자체에 ‘스토리’가 없는 서울대생들의 전형.
원내대표 이한구, 새누리당의 텃밭 대구에서 4선 했다 해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그 노회한 정치9단 박지원의 책략에 대적할 수 있을까?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용섭? 노무현 정권 때 관세청장→국세청장→청와대 혁신관리 수석비서관→행정자치부 장관→건설교통부 장관 지내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책통.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진영, 판사 잠깐 지낸 경력 갖고 상대할 수 있을까?
‘범생이파’ 대(對) ‘산전수전파’의 대결! 결과는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훤히.
친박계는 15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황우여를 내세우기로 100% 담합한 것 같다. 이 역시 ‘범생이파’-김영삼 정권 시절 이회창이 감사원장으로 갈 때 판사였던 황우여를 감사위원으로 데려갔고, 다시 정계 입문할 때 비례대표 배지 달아주었던 이회창의 가신.
세상이 바뀌자 친박계로 내밀하게 들어가 지난해 4·27 재보궐 선거 패배 후 일약 원내대표로 낙점됐고, 원내대표 되자마자 박근혜에게 달려가 메모노트에 지시 사항 받아 적고 나와 실세임을 과시해 구설수에 올랐다.
권력의 흐름을 읽는 데는 달인! 황우여 가는 데 권력 있다! 황우여 가는데.
친박계는 나머지 최고위원도 모조리 친박계로 채울 요량이다. 그래서 친이계로 나온 심재철과 원유철은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니.
친박계는 새 국회의장에 역시 친박계인 강창희를 추진! 박근혜 친정체제의 완벽한 구축! 원내대표·정책위의장→당대표·최고위원 회의→국회의장, 여기에 당 사무총장·대변인 가릴 것 없이 친박계. 단 한 자리도 친이계에 양보할 수 없다는 독식 본능, 먹는 김에 다 먹어치우자는 포식 본능이 차고 넘치고 있다.
이런 것 모두? 친박 내부의 풍토 상 박근혜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 마치 ‘가두리 양식장’의 주인이 물고기들을 향해 먹이를 뿌려주면, 뿌려주는 방향 따라 이리 쫓아가 낚아채고, 저리 몰려가 낚아채며 독식하고 포식하는 모습!
박근혜가 이번 경선 하루 전 정책위의장에 출마한 진영의 지역구에 찾아가 김장 담그기를 했다해서 박심(朴心)이 이한구·진영 쪽으로 쏠렸다고 해석하는 저 한심한 풍토.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밑바닥!
‘가두리 양식장’엔 밖에서 다른 물고기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밑으로 그물이 쳐져있는 것과 똑같다. 그물이 튼튼할수록 친박계 안에 다른 인물들이 들어오지 못하니 친박계로선 이런 가두리 양식장만큼 안전한 장소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오직 박근혜를 향해 충성 경쟁하고, 끼리끼리 모여 나눠먹는 것.
만약 박근혜가 집권한다면 인사정책 역시 뻔~하다는 소리가 이미 비대위 구성때부터 나라 걱정하는 국민들 사이에선 나왔다.
친박계가 국민을 상대로 정치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배 채우는 쪽으로 간다면? 그건 뻔한 결론-광화문광장 앞에서 유턴하고야 만다.
전승이수승난(戰勝易守勝難)-전쟁에 이기기는 쉬우나 그 승리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총선에서 좀 이겼다해서 벌써 기고만장 배 채우는 친박계의 속을 국민들이 모를까?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 정치평론가 / 전 문화일보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