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결과 못봤다" vs. 유시민 "진상위 조사 신뢰"

통합진보당이 19대 국회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정희·유시민 공동대표는 한목소리로 "국민께 사죄 드린다"며 몸을 바짝 낮춘 모습이지만 당 진상위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당권파'인 이 공동대표가 진상위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시한 반면 비당권파인 유 공동대표는 조사결과를 신뢰한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3일 "4. 11 총선 비례대표 온라인 투표 관리 부실, 현장투표 관리 부실과 부정 투표는 심각한 잘못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온라인 투표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했고 부정투표 환경을 이뤄낸 현장투표 관리 부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일로 실망을 드렸다. 상황과 이유가 어쨌든 책임자들의 맹성과 부정투표 관련자의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하며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도 "그 행위를 한 당원 개개인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하나의 정당으로서 국민 앞에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당원과 국민께 거듭 사죄드리며, 이 일들은 누가 했든, 어떤 목적으로 했든, 계획적으로 했든 아니든 국민 시각으로 보면 우리 당이 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전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관리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규정한다"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당내에서 제기됐던 현장투표와 온라인 투표에서의 부정 의혹이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계파 간 입장 차이가 뚜렷했다. 이번 부정선거 파문으로 민주노동당 출신 '당권파'와 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 등 '비당권파' 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비례대표 부정선거가 구 민노당파인 당권파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공동대표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이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가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저도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 어떤 경선 후보자들에게 어떤 부정의 결과가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백지상태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을 더도 덜도 없이 낱낱이 드러내 행위 정도에 따라 관련자들이 철저히 책임져야 한다. 개인 사이의 관계, 유관단체와의 관계,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실 관계를 밝히고 빠짐없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유 공동대표는 "유권자들이나 시민이 어제 조사 결과를 신뢰하고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대표로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데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는데 합당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공동대표는 "이 일을 비판하는 시민의 마음을 120%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책임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금만이라도 여유를 주고 지켜봐주면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