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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이 침통한 표정으로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투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호,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 ⓒ 연합뉴스
21세기 최악의 체육관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4.11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선거를 주도한 '당권파'가 지난 2일 진상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비(非)당권파 측에 거래를 제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통합진보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결과 발표 사흘 전 유시민 공동대표를 찾아가 "당권을 받아라. 대신 (현 당권파에게) 당 지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옛 민주노동당계인 당권파의 핵심인사로 국민참여당계를 이끄는 유 대표에게 당권을 넘기고, 전면에서 물러나되 당내 지분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태 봉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파 측은 조사결과 발표 전날인 지난 1일에도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 등에게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를 사퇴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일 이러한 거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통합진보당은 당의 존립이 또다시 휘청할 전망이다. 초유의 부정선거를 관행으로 여기고 이를 감추기 위해 당권과 의원직 '거래'까지 오간 것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권파 일각에서는 부정경선에 대한 '안일한 시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권파인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기존의 잘못된 관행, 미비한 제도, 통합 이전에 가지고 있던 서로 다른 조직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사실상 의혹제기 수준이고 구체적 사실관계가 어떻다는 게 명확하지 않다"라고 했었다.
당권파인 신석진 대표비서실장은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세작(간첩)질을 일삼는 일군의 세력으로 조봉암의 진보당은 프락치들의 분열공작에 사분오열돼 스스로 붕괴됐다"고 했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 등 진보당 공동대표들은 4일 한 목소리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나 '책임선'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으로 당선된 후보들의 사퇴에 대해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권파는 이정희 공동대표를 사퇴까지는 수용하면서도 2번 이석기 후보의 낙마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권파의 주축인 이 당선자는 경기동부의 핵심으로 꼽힌다. 경기동부가 만든 인터넷매체 <민중의소리>이사 등을 거쳤다.
이와 함께 4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인 윤금순 당선자가 사퇴를 선언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압박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진보신당·국민참여당 계열인 비당권파는 외부영입이나 전략공천을 제외한 당 내 경선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14명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4일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당권거래를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만난 건 사실이나 당권거래는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유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당선자와 만나서 현 시국상황과 당의 진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당 대표와 당선자가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라고 일축했다.





